맹세를 깬 자들 - 프랑크 제국과 중세의 운명을 바꾼 형제들의 전쟁
매슈 게이브리얼.데이비드 M. 페리 지음, 최파일 옮김 / 까치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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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샤를마뉴, 프랑크 왕국, 퐁트누아 전투, 베르됭 조약... 분명 학창 시절 세계사 시간에 배웠을 명칭들이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들은 기억이 나지 않았고 그래서 이 책을 들었다. 역사서이니만큼 잊히더라도 한 번은 읽어두자는 마음이었는데, 이 책은 웬만한 소설보다 강렬한 서사를 내뿜는다. 현대의 권력 다툼이나 인간의 탐욕을 다룬 스토리들이 이 프랑크 왕조의 역사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익숙하면서도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한데, 이것이 모두 철저한 사실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놀랍다.

이 책은 9세기 초, 서로마 제국 이후 유럽 최대 영역을 차지했던 카롤루스 마그누스(카를 대제)의 프랑크 제국이 어떻게 전성기를 맞고 또 어떤 암투 속에서 갈라졌는지를 다룬다. 지배층에 불리한 기록은 왜곡되거나 조작되기 쉬웠던 중세의 특성상, 중세를 연구하는 역사학자인 저자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사료를 검증하고 사실을 밝히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역사적 서사와 날카로운 해설이 교차하는 구성은 책의 신뢰도를 높이며 읽는 재미를 더한다.

역사서임에도 페이지가 쉼 없이 넘어가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내용이 지극히 비정하기 때문이다.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활자들 사이로 복잡한 마음이 일었고, 결국 감정의 종착점은 서글픔이었다. 인간이란 예나 지금이나 권력 앞에서 이토록 무력한 존재인가 싶어서다. 왕이고 귀족이라는 자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타인의 것을 탐해야 했던 그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어쩌면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를 해치지 않으면 내가 쓰러져야 하는 생존 게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책의 주된 흐름은 카롤루스 대제의 아들 루도비쿠스가 황제가 된 후 벌어지는 갈등이다. 여기서 가장 아이러니한 대목은 루도비쿠스의 별명이 '경건왕'이라는 점이다. 신앙심 깊고 자비로워야 할 그가 권력을 위해 조카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누이들을 유폐하는 모습은, 당시의 '경건함'이 얼마나 차가운 정치적 수사였는지 실감케 한다. 이미 장성한 아들들에게 영토 분배를 마쳤음에도, 재혼한 아내 유디트가 낳은 막내에게 유산을 몰아주려다 형제들의 반발을 산 것이 비극의 화근이었다.

이 갈등은 결국 아들들이 아버지를 폐위시켜 무릎을 꿇게 하고, 나아가 형제들끼리 서로 목에 칼을 겨누는 '퐁트누아 전투'로 이어진다. 수많은 정예 전사가 쓰러져 짐승의 먹이가 되었다는 기록은 당시의 참혹함을 대변한다. 위대한 카를 대제가 세운 제국이 이토록 허망하게 무너진 것은 단순한 제도적 한계라기보다, 결코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본원적인 탐욕 때문이었을 것이다. 결국 제국은 손자 대에 이르러 쪼개졌고, 이것이 오늘날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국가의 모태가 되었다.

카롤루스 마그누스는 5세기 서로마 멸망 이후 파편화된 서유럽을 재통합한 '현대 유럽의 아버지'다. 하지만 그가 일군 거대 제국은 외침이 아닌 내부의 불신과 상속 분쟁 속에서 자멸했다. 이 책은 겉으로는 권력 투쟁을 다루는 듯 보이지만, 그 속에는 프랑스와 독일의 장기 분열의 기점과 유럽 민족 국가 형성의 씨앗이라는 묵직한 의미가 담겨 있다.

책 도입부에 연대표와 인물 정보를 모아둔 저자들의 배려와 곳곳에 배치된 지도는 복잡한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사료를 집요하게 검증해낸 저자들의 노고 덕분에, 이 안타까운 기록들이 단순한 옛날이야기가 아닌 몰입감 넘치는 역사의 교훈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중세사를 처음 접하는 독자라도 충분히 몰입해 읽을 수 있는 이 책을 세계사에 관심이 있거나 유럽의 변천사를 생생한 서사로 접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강력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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