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미스터리. 두 단어의 조합은 들여다보기만 해도 어떤 이야기가 떠오르는 듯하다. 두 단어가 함께 있을 때의 기대감은 한낮의 태양처럼 뜨겁다. 우리를 서늘하게 해줄 계간미스터리의 여름을 기다려왔다.이번 여름호에는 신인상 수상작인 ‘탁묘’를 비롯해 단편소설 4편이 실렸고 ‘수호신’의 작가 청예의 인터뷰도 있었다.‘탁묘’는 매력적인 제목만큼이나 오묘한 분위기로 독자를 놓아주지 않는 힘이 있었다. 소설은 등장인물 두 사람의 대화로 진행되는데 이러한 서술방식이 이야기에 몰입을 더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다가갈수록 극으로 치닫는 전개와 밝혀지는 진실들은 머릿속에 ‘탁묘’를 새기기에 충분했다.미스터리와 호러의 컬래버 특집에 걸맞게 4편의 단편소설은 통일감 있는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저수지’는 영화 ‘파묘’가 생각나는 한국 오컬트의 향이 짙은 작품이었다. 저수지의 물을 빼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깊은 숲의 음습한 안개 같았다.개인적으로 이번 계간미스터리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고스트 하이커:부랑’이었다. 계속해서 나아가는 순례자, 혹은 부랑자들의 이야기. 다다랐음에도 다다르지 못한 채 발걸음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마치 외국 소설을 읽는 듯한 분위기의 장면들은 독자를 매혹하기에 충분했다. ‘수호신’의 작가 청예의 인터뷰도 알찬 내용으로 구성되어있어 흥미로웠다. 뻔하고 일반적인 질문으로만 이루어진 인터뷰가 아닌, 작가의 사소한 취향이나 작품과 관련된 감상 포인트 등 작가와 작품이 더욱 궁금해지는 인터뷰였다.올해의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치밀하게 오싹한 계간미스터리와 함께 잿빛 여름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190p. 산 사람에 섞여 서쪽으로 때로는 동쪽으로 수없이 오가던 사람들. 발자국을 남기지 않았던 그들이 해가 지는 바다를 보고 있었다. 천 년이 넘은 길에서 시간의 경계를 넘어가며 스스로 부랑자가 되어 배회하며 과거를 지우는 영혼들이었다.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