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 2024.봄호 - 81호
김태현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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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라는 단어 자체로 무언가 흥미로운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대감이 일렁인다. 미스터리 장르의 문학을 떠올리면 학생 시절 읽었던 일본의 소설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미스터리 장르 문학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한국의 미스터리 문학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다. ‘계간 미스터리’를 읽으면서 한국에도 미스터리를 열성적으로 사랑하는 작가와 독자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좀처럼 한국 문학에서는 미스터리 문학을 찾아볼 수 없었는데, ‘계간 미스터리’에는 비교적 최근에 쓰인 한국의 미스터리 단편들을 모아 볼 수 있었다. 르포르타주 1편, 신인상 수상작 단편 1편, 한국 단편소설 4편, 외국 단편소설 1편으로 작품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았다. 모든 작품이 저마다의 개성을 섬세하게 드러내고 있었지만 이번 호에서는 ‘낭패불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라는 무경 작가의 작품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속도감 있는 문체와 인물 신정용의 서사가 맛깔나게 버무려졌다. 소설의 주제와 악마의 의미도 생각할 지점이 많아 밀도 높은 이야기가 되었다.
미스터리에 관한 인문학적인 고찰인 ‘한국 미스터리를 읽는 4가지 키워드’ 시리즈가 특히 흥미롭다. 키워드 첫번째로 로컬리티와 미스터리가 소개되었는데 다음 호에서는 어떤 키워드가 등장할지 벌써 궁금해진다. 미스터리 문학을 마주하는 시각이 한층 깊어지고 작품의 재미있는 요소들을 찾아내어 능동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 같다.
단편소설만 계속 배치한다면 미스터리 문학의 장르적인 분위기나 빠른 호흡에 쉽게 지칠수도 있다. ‘계간 미스터리’는 그런 독자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중간중간에 신인상 수상자 인터뷰나 정세랑 작가의 인터뷰 등 잠깐 숨을 돌릴 수 있는 인터뷰들이 반기고 있었다. 정세랑 작가의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를 인상적으로 읽었고 출간되었을때 북토크에서 여러 이야기도 들었던 기억이 있어 인터뷰가 반갑고 알찼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긴 시간 축적된 것들의 빛남을 조금이라도 담아내고 싶어요.”라는 작가의 말이 은은하게 떠오른다.
‘트릭의 재구성’에서는 살인사건의 전말을 독자가 파헤쳐가는 참여형 소설로 ‘교도소 독방 살인사건’을 담았다. 추리의 정답을 큐알 코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한 점이 독자에게 추리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여러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게 함으로서 소설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계간 미스터리’가 한국 미스터리 문학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한국 미스터리의 성장과 함께 오랫동안 보고 싶다. 다음 호에서는 어떤 짜릿한 혹은 저릿한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며 어수선한 글을 마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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