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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가오 옌 그림, 김난주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평점 :
자신이 아닌, 아버지의 이야기를 산문으로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하고 어떤 감정이었을지 가늠해 보았다. 아버지 또한 타인인데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멋대로 걱정했다. 작가가 서술하면 그 사람의 인생은 그런 인생이 되는 것이니까. 이 책은 아버지를 찬양하지도, 아버지를 나무라지도 않았다. 정말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그가 느꼈을 아픔들을 담담히 되짚어본다. 차분히 이어가는 그의 글이 오히려 애달픈 구석이 있었다. 인간의 삶이 크게 놓고 보면 똑같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소설에서의 하루키와 산문의 하루키는 다르다. 소설의 하루키는 다채로운 색으로 여러 전경을 보여준다면, 산문의 하루키는 단색의 깊이감이 있다. 한 사람과 이어지는 한 사람의 삶을 통해 나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한 사람이 지나가며 패인 깊은 자국들을, 쓰다듬으며 따라가는 또 다른 한 사람을 그리며.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우리는 결국, 어쩌다 우연으로 생겨난 하나의 사실을 유일무이한 사실로 간주하며 살아있을 뿐이 아닐까. 바꿔 말하면 우리는 광활한 대지를 향해 내리는 방대한 빗방울의 이름없는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 고유하기는 하지만, 교환 가능한 한 방울이다. 그러나 그 한 방울의 빗물에는 한 방울의 빗물 나름의 생각이 있다. 빗물 한 방울의 역사가 있고, 그걸 계승해간다는 한 방울로서의 책무가 있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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