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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BL] Dear. George; 디어 조지 (총4권/완결)
우주토깽 / W-Beast / 2019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전부터 기대했던 책이라 바로 구입한 <디어조지>, 평소의 작가님의 스타일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 다른 느낌이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몰입해서 밤을 새워 읽었는데 소설이 서정적이고 동시에 심금을 울리듯이 저릿저릿 마음을 누르는 듯 했어요. 입소문이 좋은 작품이라 역으로 제 취향에는 안맞으면 어떻하지? 고민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네요. 기대이상으로, 무척 좋았습니다.
어린 날의 조지현은 누군가에게 편지를 한통 받습니다. 그 편지의 어긔에는 Dear, George. 라고 적혀 있었죠. 디어조지, 조지현의 앞글자를 딴 조지라는 별명은 그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니 싫은 별명이었죠. 그리고 학교에서 그에게 그런 식으로 편지를 보내는 것은 하나의 짖궂은 놀림과 같은 장난이었습니다. 때문에 지현은 그 편지를 쓰레기통에 버리지만, 사실 이번 편지의 발신인은 평소와 같은 동급생들이 아니었습니다. 강석원, 그는 이른바 '무서운 선배'로 소문난 한 살위의 선배였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석원과 지현은 함께 밥을 먹는 사이가 됩니다. 석원은 아무런 말없이 그저 지현을 챙겨 식당으로 가고 그런다음 함께 밥을 먹습니다. 그리고 지현을 보살펴주죠. 묵묵하고도 다정하게. 그리고 그런 다정함이 어린 지현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이었습니다. 기울어진 사업으로 집안을 거진 돌보지 못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 대한 기대를 모조리 지현에게 돌리면서 그에게 집착하는 어머니. 비열하게 굴면서도 욕망어린 시선으로 지현을 보는 최기열. 조지현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안전하지 않았습니다. 도망갈 곳 없이 그저 모든 걸 견뎌내야 했죠. 하지만 그런 그에게 오롯이 유일한 피난처, 바로 강석원의 품이었습니다. 석원은 지현이 위험할 때마다 지켜주고, 또 다시 지켜 줍니다. 그리고 말하죠. 나오라고. 그 집을 나와서 내게 오라고. 그렇게 말해주는 유일한 이였습니다. 지현에게 석원은. 처음으로 찾아온, 유일하고도 강렬한 사랑이었죠. 그리고 그 사랑은 시험대에 서게 됩니다. 자신을 협박하는 어머니, 석원의 인생을 망치지 말라는 관장,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자신의 죄책감. 수많은 외압 속에서 결국 지현은 미국행을 선택합니다. 단 하나의 편지만을 남겨두고, 아니 남겨두었다고 생각한 채로요. 그리고 기다리죠. 편지의 답신이 오기를. 계속. 몇년이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귀국한 그는 석원과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그 편지가 처음부터 수신자에게 도착한 일이 없었던 걸 알게됩니다. 아무 말 없이 증발한 그를 석원이 줄곧 찾아왔다는 사실도요. 엇갈린 오해로 덕지덕지 얼룩진 상황 속에서 지현은 석원을 만나려합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그는 어둑해진 하늘에 거대한 달이, 소행성이 지구에 부딪치는 걸 보면서 기절합니다. 그리하여 칠년전의 어느 날로 회귀하게 되죠. 지현이 간절히 원했듯이, 모든 시간이 돌아갑니다.
소설에 나오는 인상 깊은 구절이 있습니다.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보잘 것 없는 감정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 라는. 이 구절보다 더 좋거나 설레는 문장들이 많음에도 초반부의 이 언뜻 스쳐지나간 문장이 마음에 남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생각한 지현이, 그리고 석원까지 두 사람 모두 그 날것의 보잘 것 없는 감정에 휘말리고 감겨서 평생을 건 사랑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어린 날의 스쳐 지나갈 수 있었던 인연이 간절해지고 무엇보다 소중해져서 결국엔 7년을 되돌리고 또 다시 7년을 기다리고. 간간히 편지와 받을 수 없는 전화, 그래도 두 사람은 서로를 놓지 않으니까요. 그리하여 한 해 지나 또 다른 한 해. 기어코 채운 7년으로 외따로 떨어진, 외로운 두 사람의 사랑이 오랜시간이 걸려 완성되는 걸 보니 제 마음도 뭉클해지더라구요. 석원이가 지현의 믿을 수 없는, 일견 미친 듯이 보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그저 지현의 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믿는 것을 보고 지현이에게는 다정하기 그지 없는 석원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지금까지 읽은 소설 중에서도 손꼽을 만한 다정공이자 헌신공이었습니다. 그리고 지현이의 매력도 빠지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이면 짖눌려 망가지기 일수였을 그런 환경에 다시금 되돌아가서도 제 자신의 일신이 아닌 석원이의 인생을 위해서, 그가 망가지지 않기를 바라는 사랑은 무척이나 안타까우면서 애처로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석원과 지현이 마지막에는 웃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저까지 뭉클한 감정이 들었어요. 마지막 페이지를 닫으면서 <디어조지>의 마침 그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해봅니다. 앞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두 사람의 이야기를, 케첩으로 스마일을 그린 오무라이스를 먹거나 일년이 지난 다음 해에도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켜서 축하하는 그런 평범한 일상을 지내면서 서로의 손을 꽉 잡고 하루 하루를 행복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가능하다면 그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더 만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현이의 회귀 전 시간 축에서 어쩌면 오지 않을 누군가를 계속 기다릴지도 모를 또 다른 석원이의 이야기도요. 그 외로울 석원이도 행복해지는 이야기가 보고 싶어요. 지현이가 그 때 회귀하지 않았더라면 그래도 결국 두 사람은 맺어졌겠죠? 그런 하잘 것 없는 오해로 엇갈리기엔 너무나 진득한 두 사람의 사랑이니까요. 이대로 보내기에는 아쉬운 마음에 외전을 바라기는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디어조지> 자체로는 정말 완벽해요. 잔잔한 비가 오늘 날에 먹먹한 감정을 느끼고 싶으면 다시금 펴 볼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정말, 좋았어요. 그 말 밖에는 나오지 않네요. 모든 것으로부터 떨어져 그리하여 온전한 두 사람의 사랑이 제겐 정말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