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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BL] 마 논 트로포
권세연 / 도서출판 쉼표 / 2021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생에 거쳐 드리워졌던 거대한 아버지의 그늘, 그리하여 어린 날부터 위태로운 시간들만이 가득했던 권이제. 오로지 바랬던 것이라곤 아버지의 인정뿐이었지만 그것은 언제나 이제에게 편히 주워지지 않는 것이었다. 수십번을 되뇌이고 또 다시 돌이킨 노력에도. 그리고 그런 이제의 앞에 어느 순간 나타난 진정한 천재 이재현. 자신이 평생을 다해 바랬지만 진정으로 닿을 수 없었던 아버지의 눈길을 너무나도 쉽게 앗아간 그에게 미움의 감정을 불태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증오의 대상인 재현은 오히려 이제에게 자꾸만 가까이 다가오며 좋아한다고 고백해오는데....지금까지 증오만을 배워왔던 이제에겐 낮설기만 한 사랑이라는 감정, 그것을 전해오는 이가 증오의 대상인, 대상이어야만하는 재현이라니. 하지만 재현만큼 오롯하게 이제를 바라보는 이는 여지껏 없었다. 늘 그렇듯 익숙한 거장 권현규의 아들이 아닌 그저 권이제로만 바라봐주는 이는. 때문에 이제의 서툰 마음이 자꾸만 흔들린다, 이재현의 자신을 향하는 곧은 시선으로.
개인적으로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이 예체능과 거리가 멀어서 그럴까요? 저로서는 알 수 없는 재능과 노력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로워요. 거기에 천재와 범재라는 재능의 깊이로 인한 질투와 동경까지 섞이면 더욱 더요. 마 논 트로포도 그러하듯이요. 사랑의 이야기지만 미움도 있었고 또 질투도 있었죠. 하지만 결국 그런 감정들조차 저 버리게 만들정도로 아득하게 동경해왔던 자신을 사랑해주는 존재가 결국 이제의 마음마저도 움직이게 만들었네요. 단권이지만 읽으면서 서사가 참 탄탄하고 좋았어요. 증오만을 배우길 바랬던, 그리고 그 증오라는 감정으로 아들이 아닌 자신의 '작품'인 권이제가 완성되길 바랬던 아버지도 이제를 사랑하지만 결국 믿지 못하고 그런 일을 해버렸던 어머니도, 그나마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이들이지만 그 누구도 이제를 바라봐주지 못했죠. 오로지 한 사람 뿐이었으니까요. 이제의 마음에 올곧게 와 닿았던 이는. 자신을 상처 입히지 말라고 좋아한다고 말해준 이는요. 어쩔 수 없는 도리 같습니다. 이제가 그토록 싫었던 재현에게 마음이 향하게 된 것이요. 그런 둘의 서사가 참 좋았고 즐겁게 읽었습니다. 이제에게도 재현에게도 낮설었고 때문에 서툴었던 사랑의 감정,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감싸고 흐르는 피아노라는 음률의 연결선. 깊이 있는 감정선과 서사를 읽어 보시고 싶은 신 분들께 추천 드립니다!
"네 마음이 오늘은 어제보다 나에게 더 기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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