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나 별빛그림책방
바바 케이스케 지음, 서승범 옮김 / 별빛책방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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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매일 아침 거울을 본다.
눈이나 피부의 컨디션을 확인하며 지난밤의 안부를 확인한다. 눈꼽도 떼고 시원한 물에 세수하며 말간 얼굴을 한 거울 속 나를 짧게 보고는 하루를 시작한다. 우리는 늘 아침이 바쁘기에 거울 속에서 다른 건 보지 못한다. 외모에 관심이 큰 사람이 아니라면 일과 중에 화장실 들릴 때나 점심 먹고 이에 낀 고춧가루의 여부를 확인할 때 정도 거울을 들여다 볼까나. 나 자신의 안부가 겉모습으로만 거울에 비치는 건 아닐 텐데, 현대인들은 늘 여유가 없다. 분명 짧은 순간 보지 못한 내 모습이 있을 텐데 말이다. 어쩌면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면, 잠시 침묵을 즐기던 거울 속의 내가 다양한 표정과 눈빛으로 나에게 인사를 건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처 잘챙기지 못한 거울 속 나는 실망감에 도망가버리고 알맹이가 빠진 쭉정이만 남아 내 모습을 흉내내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림책 <거울 속의 나>는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 ‘거울 속 나’를 잃어버리면서 ‘거울 속 나‘를 되찾으러 거울 속 세상으로 떠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실은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한 마음 속 여행 이야기다.

‘거울 속의 나‘는 나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는 이 세상 유일한 친구인데, 거울 속에 비친 아이의 알 수 없는 표정이 왠지 서글퍼 보인다. 그러더니 종적을 감춰버렸다. 거울 속 나 밖에 의지 할 곳이 없던 아이는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 완전히 외톨이가 된 아이가 잠 못이루던 커다란 보름달이 뜬 밤, 거울 속 어떤 목소리에 이끌려 거울 속 세상에 들어가게 된다. 내 방과 똑같이 생긴 거울 속 세상에서 개구리와 부엉이, 고양이를 차례로 만나게 된다. 뜻밖에 만난 동물 친구들은 각자의 개성으로 울림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방황하던 아이는 거울 속 세상에서 어떤 세상을 만나게 될까.

사실, 환상의 세계를 구현한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거울은 우리에게 꽤 많은정보를 제공한다. 피부 컨디션을 통해 수면의 질이나 심리 상태를 유추해 볼 수 있고, 낯빛과 표정, 눈빛으로 감정 컨디션도 알 수 있다. 그리고 건강 상태도 짐작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애정을 가지고 찬찬히 들여다 본다면, 마음 날씨가 안 좋든 건강 신호가 경고등이든 알아차리고 적절한 케어를 하게 되겠지. 문제는 우리는 늘 적절한 시기를 놓치고 많은 것을 잃은 후에 놓친 것을 알게 되고 상실감에 빠진다.

나 역시 그랬던 적이 있다. 터널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긴 슬럼프가 있던 시절, 거울을 보기는 커녕, 거울의 존재 자체를 잊고 살았다. 그때의 나는 나를 잘 들여다 보지 않음으로써 나 자신을 돌보지 못했다. 어느날엔가 거울에 비친 나를 우연히 보고선 너무 놀라 뒷걸음질 쳤다. 내가 기억하는 내 모습이 아니었기에. 항상 잘 웃던 나는 미소를 잃고 내 나이 보다 십 년은 더 들어 보이는 낯선 여자가 거기에 서 있었다. 그걸 자각하는 순간, 나는 매일 매일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성실히 들여다 보았고, 내 주변의 모든 것이 변했다.

거울은 그 어떤 저울질도 필터링도 없이 있는 그대로 비추고 있지만, 교활한 사람의 눈이 보고 싶은 것만 골라보아 상태의 단서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거울을 본다는 건 잘 지내고 있는지 나의 안부를 확인하고 내 내면을 비추어 보는 것이다. 내가 나를 잘 들여다 본다면 분명 외로움은 낭만 있는 고독이 될 것이고, 내 마음이 열리면 좋은 친구들과 서로 이어질 것이다. 거울 속 친구를 찾아나선 주인공 아이처럼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성실하게 감상하고 리뷰하였습니다. 표지의 거울이 조개껍질로 만든 거울처럼 색이 영롱하고 고와서 자꾸 책을 여러 각도로 움직여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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