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전쟁 -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새로운 지정학 전투,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클라우스 도즈 지음, 함규진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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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발생하며 국제사회는 뜨겁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비상이고, 해마다 난민 관련 문제는 더 급증하며, 우리나라 역시 독도를 두고 일본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또 왜 이러나,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요즘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제 더 이상 국경이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오늘 차린 밥상만 보아도 그렇다. 한국에 살지만, 외국에서 온 재료들로 만든 요리가 한가득이다. 세계화의 여파로 생활 전반과 많은 문화적인 부분에서도 국경을 넘은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고, 인터넷의 발달은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세계의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갈수록 국가적 차원의 개입과 힘은 약해질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전망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휩쓴 전 지구는 다시 국경의 문을 걸어잠글 수밖에 없어졌고, 세계화 시대에 맞지 않게 무역업계에 한파가 찾아왔으며, 국경의 이동을 위해서는 2주 혹은 3주간의 격리 조치를 감수해야 한다. 바이러스로 인해 새로운 세계로의 전환이 예고되었고, 국경에 대한 의미는 한층 더 강화되었다. 물리적인 국경선이 있지만 실제로 살아가며 눈으로 보이지는 않는 그것, 하지만 국경 때문에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고 있다. 이러한 시국에 클라우스 도즈의 <국경전쟁>은 많은 것들을 시사하며, 독서 후 많은 생각들이 스쳤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기에는 이민자들을 배척하는 정책으로 많은 논란이 양산되기도 했다. 니 땅 내 땅의 문제는 인류의 역사가 아무리 진보해도 여전히 없어지지 않는 문제인가보다. 모두들 치열한 일상을 사느라, 혹은 직접적으로 경험하진 않기에 피부에 와닿지 않을 뿐, 지구상의 어느 곳에서는 여전히 영토문제로 치열한 분쟁 중이다. 우리 국민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민들은 관광이나 비즈니스, 학업 등의 이유로 국경의 이동이 자유롭지만, 생존의 문제가 걸린 난민들은 국경의 이동은 목숨을 거는 일이 되고 있다. 사실 우리도 늘 잊고 지내지만, 독도 문제뿐만 아니라, 일본과 맞닿은 동해, 중국과 북한이 인접한 서해에서의 바다 국경선에서는 어민들 간의 치열한 접전이 도사리고 있다. 배타적 경제수역이 협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법으로 대한민국 영해에 들어와 어업활동을 하는 이국의 어민들로 인해 우리 어민들이 속앓이를 하고 해경이 고생하는 일이 빈번히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분쟁이 한반도 주변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책의 모든 챕터들이 의미있었지만, 그 중에서 ‘수중국경’ 파트와 ‘무인지대’, ‘우주국경’ 파트를 재미있게 읽었다. 국경을 가로지르는 하천과 국경을 만드는 하천, 그리고 연안의 바다를 공유하고 있는 국가 간의 배타적 경제수역 문제는 어느 대륙에나 존재하는 일이었고, 인류 공동 유산인 바다에 대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탐욕을 서슴치 않는 지중국들의 모습을 꼬집고 있다.
한반도는 DMZ라는 무인지대가 있다. 그런데 전쟁을 겪은 많은 나라에는 전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무인지대들이 있다. 그리고 남극역시 무인지대의 대표다. 그런데 남극의 영토권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있다. 남극 역시 어업문제를 두고 여러 국가가 대립 중이다. 영리의 목적으로 인해 인류 공동 유산일 뿐 아니라 생명의 유산인 남극이 도전받고 있다.
우주국경 파트를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국경선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다에서도 이렇게 난리인데, 우주라고 다를까. 예전에는 미국 공상영화에서나 나오는 소재라고 생각했지만, 인류의 기술문명 발전 속도를 본다면 머지않은 미래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국경전쟁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슬픈 통사이며, 현재도 사라지지 않고 미래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아주 큰 진행형 문제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국가가 등장하고 국경이 존재하게 된 것은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갈수록 그 의미가 확장 혹은 국경선 너머의 곳에 대한 도전으로도 연결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라우스 도즈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생각의 장을 열어준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국경전쟁>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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