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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모든 신화
케네스 C. 데이비스 지음, 이충호 옮김 / 푸른숲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신화와 심리학, 역사...등등에 대해 좀 제대로 알아보려고 결심한 뒤에
산 책이다. 사실 도서관에 있으면 먼저 한 번 빌려보고 싶었지만 애석하
게도 없었다.
그래서 사서 읽었다.
그래도 사기 전에 일단 인터넷에서 책의 평가를 조금 보기는 했는데 초
반에는 좋지만 후반에는 좀 부실하다는 말이 있어서 불안했는데, 과연 그
랬다.
하지만 뭐 그 자체는 나름 이해해 줄 수 있다. 일단 저자가 서양인이므
로 자신에게 익숙하고 좀 체계가 잡힌 신화는 그래, 써내려가기 수월하겠
지. 그에 반해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고 체계가 잡히지 않은 신화나 대부분
이 파괴당한 신화는 그래 써내려가기 힘들었겠지.
그래도 정도가 있지!
후반 중국 신화를 비롯한 동양신화와 아메리카의 신화는 좀 심했다.
대략적인 개괄...정도도 아니고 뭐, 그냥 대충 휙 적어 놓고 나머지는
대부분 어떤 신이 이렇다. 라는 신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끝이다.
하지만 내가 정말 분노하는 건 다른 거다.
뭐냐면, 성서...때문이다.
이 책의 초반부분은 각 문명의 역사를 더듬어가며 그 신화가 탄생,
발전하는 상황을 정말이지 알기 쉽게 적어놓고 있다. 그래, 좋아. 그
건 정말 좋아. 그런데 말이지 나는 다양한 신화를 읽고 싶었던거지
성서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었던게 아니다.
헌데 이 작가. 참으로 난감하다.
일단 제일 처음에 나오는 이집트 신화. 이집트 본래의 신화(그러니까
오시리스니, 호루스니 나오는 신화.)는 그야말로 살짝 넘어가고 그 뒤
상당부분을 모세를 거론하며 성서 이야기를 주절거린다.
다음에 나오는 메소포타미아 신화. 이집트랑 비슷하다. 일단 메소포타
미아의 원래 신화(그러니까 티아메트니, 마르두크니 길가메쉬니)는 그야
말로 물에 물탄 듯 넘어가고, 모세가 이집트에서 탈출시킨 유대인 이야기
가 나오며 또다시 성서가 주절주절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음 장인 그리스 로마 신화. 는 뭐 그냥 우리가 잘 아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설명한 뒤에, 로마에 기독교가 들어오는 과정부터...기독교
가 로마의 국교가 되는 것들을 주절주절 이야기하더니...
다음인 켈트 신화에서는 뭐 신화가 대부분 파괴되고 기독교 선교사들
이 그 신화를 수집하는 이야기가 나오며 집요하게 기독교가 나온다.
그 다음은 인도신화로 넘어가며 드디어 동양신화로 넘어가는데, 이 인
도신화와 기독교를 장황하게 비교하며 역시 성서가 무지하게 튀어나온다.
이것만 해도 솔직히 본 내용의 2/3는 되지 않을까? 생각할 만큼 성서
이야기는 집요하다!
그 뒤 중국 신화를 비롯한 아프리카 신화와 아메리카 신화가 이어지
는데, 앞서 말했듯 정말 성의없이 슥슥 적어 놓고는 대부분 개별적인
신을 사전처럼 설명하는 걸로 때우고 있다. ㅡ,.ㅡ;;;
나 참 어의가 없다.
그런데다가 번역에도 웃기는게 좀 있는데...
일단 이 책의 영어 제목은 Don't Know Much About Mythology 이다.
글쎄 영어가 약해서 뭐라고 해석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Don't Know Much About 시리즈 중 하나다. 그리고 이 책의 머릿말에
보면 이 시리즈 중 하나인 Don't Know Much About the Bible이 이렇
게 번역되어 있다. [우리가 잘 몰랐던 성서 이야기.]
원문을 옮겨적자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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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고대의 전통과 문명 사이의 연관 관계를 살펴보는 부분은 이
책이 속한 시리즈 중 하나인 <<우리가 잘 몰랐던 성서 이야기Don't Know
Much About the Bible>>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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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책의 원제는 [우리가 잘 몰랐던 신화 이야기] 쯤으로 번
역해야 하지 않을까?
근데 이 말을 왜하느냐고? 이유가 있다. 이 책의 P295쪽의 말을 약간
옮겨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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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포터가 의학사를 간략하게 정리한 <<피와 창자>>(우리 나라에서
는 <<의학 콘서트>>라는 엉뚱한 제목으로 번역 출판됨 - 옮긴이)에 따르면...(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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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는가? 즉 역자는...이 책을 '세계의 모든 신화'라는 엉뚱한 제목으로 출판
해 놓고는 다른 책보고 엉뚱한 제목으로 출판했다고 까대고 있는 거다.
그야말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뭐라하는 격이아니고 뭐겠는가?
거기다 어의없는 건...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우리가 잘 몰랐던 성서이야기'
라고 당당하게 번역해놓은 책은 이미 같은 출판사에서 출판한 상태인데, 제
목이 다르다. 제목은 [당신이 성경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이다.
내 참, 자기 책은 엉뚱한 제목으로 출판해 놓고 다른 책을 엉뚱한 제목으로
출판했다고 까대질 않나...같은 출판사에서 출판한 같은 시리즈의 책을 버젓
이 다른 이름으로 번역해놓질 않나(아니 번역은 맞겠지만 그래도 같은 출판
사에서 출판한 거라면 최소한 국내 출판버전 이름쯤은 넣어주는게 예의 아
닐까?) 아무튼 좀 웃긴다.
아 물론 이렇게 까대고 있긴 한데, 번역 질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최소한
이해 못할 번역은 아니고 그냥 죽죽 읽어내려가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
로 번역 상태는 양호하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또 하나 불만이 있는데 P428쪽에 있는 각주 부분이다.
역시 옮겨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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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산지나의 아버지가 등장하여 사위의 빛을 일부 잘라낸다. 태양신에
게서 잘려나온 이 빛나는 파편들은 땅으로 떨어지면서 비슈누의 원반과 시바
의 삼지창 같은 신들의 무기로 변한다. 산지나는 수르야와 함께 하계의 신인 야
마도 낳는다.*
*미트라는 베다교에서 지위가 조금 낮은 태양신이지만(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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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는가? 도대체 본문에서 신나게 산지나, 비슈누, 시바 등등의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각주부분에서만 미트라가 튀어나오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도대체 왜 나온거냐고 묻고 싶다.
여하튼 이러저러 까댈게 많은 문제투성이의 책이긴 한데 확실히 재미있고
그리고 초반에 한정이라고는 하지만 문명이 겪어온 역사적 사건과 신화의 발
생을 연결시켜 이해하려한 시도는 참으로 참신했다.
다만 600쪽이 넘어가는 책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현상이지만 너무 굵어서
읽기 힘들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