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지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지음, 이용대 옮김 / 한겨레출판 / 200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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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제가 블로그에서 썼던 글을 그대로 옮겨 온 글입니다.

블로그에는 참으로 편하게 쓰기 때문에 이하 반말이 됨을 양해 바랍니다. ^^


  우리나라에서는 황금가지의 완전판이 번역되어 나오지 않았다.

따라서 황금가지를 읽으려는 독자들은 어쩔 수 없이 축약본을 선택

해야 하는데...이 축약본에서도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맥밀러 판과 옥스퍼드 판이 그것이다.

 

  두 판본의 차이를 설명하자면 이렇다.

 

  우선 맥밀러 판은 저자인 프레이저가 직접 축약한 판본으로, 그의

의도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될 판본이다.

 

  허나 동시에 맥밀러 판은 어떤 비난을 받고 있다.

 

  바로 황금가지의 완전판이 가지고 있던 중대한 내용, 기독교와

주술종교의 비교 내용이 삭제되었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옥스퍼드 판은 바로 그 부분이 온전히 보전된 채 축약

한 버전이다.

 

  어느 판본을 선택할지는 온전히 독자의 몫이고, 내가 선택한 것은

맥밀러 판이었고, 그에 대한 독후감은 예전에 써내려 갔다.

 

  그러던 중...우연한 기회에 옥스퍼드 판을 구입해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맥밀러 판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바로 깨닫고 이렇게

읽던 도중 비교 독후감을 조금 쓰고자 한다.

 

  우선 내용.

 

  황금가지의 목차를 비교하면 맥밀러판과 옥스퍼드판의 결정적인 

차이는 책의 후반에 드러나게 된다. 허나 초반부터 나오는 내용은 

상당히 다르다. 맥밀러판에서는 삭제되어 있던 내용이 나오는가 하면

반대로 맥밀러 판에서는 나오는 내용이 중요하지 않은 듯 삭제되어 있다.

 

  특히 기독교에 관한 내용이 그러했다. 맥밀러 판에는 없던 기독교 관련

이야기가 옥스퍼드 판에는 많이 실려 있다.

 

  더 자세한 차이는 아직 읽지 않은 부분이 많아 왈가왈부 할 부분은

아니니 그냥 넘어가자.

 

  그 이외에 또 하나의 차이는, 아마 우리나라에서만 중요하게 적용될

문제인데...

 

  바로 번역 문체다.

 

  읽어본 바로,

 

  맥밀러 판 :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문체가 유려하나 임펙트가 없다.


  옥스퍼드 판 : 직역체의 문체에 임펙트가 있으나 내용을 이해하기가 약간 어렵다.

 

  내가 그것(임펙트와 쉬운 번역)을 결정적으로 느낀 부분을 소개하는

것으로 일단 독서 중의 비교감상문을 잠시 줄이도록 하겠다.

 

  임펙트.

 

  옥스퍼드 판.

  이제 우리는 한층 더 폭넓은 조사, 연구에 착수해야 한다. 그 작업은 무척 

오래 걸리고 수고스럽겠지만 발견의 항해가 주는 흥미와 매력을 지닐 것이며, 

그 항해 속에서 우리는 이국의 낯선 땅과 낯선 사람들, 그리고 한층 더 낯설고 

기이한 관습들을 무수히 만날 것이다. 바람은 순풍이다. 자, 돛을 활짝 펴고 

잠시 이탈리아 해안을 등지고 떠나보기로 하자.

 

  맥밀러 판.

  이제 그런 폭넓은 검토를 시작하고자 한다. 그 작업은 결코 쉽게 끝나지는 

않겠지만, 거기에는 발견을 위한 여행이 가져다주는 흥미진진한 매력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런 탐구의 여로에서 우리는 불가사의한 여러 나라와 이방인들과 

낯설고 기이한 관습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당분간 이탈리아 해안을 

뒤로한 채 순풍에 돛을 달고 항해를 시작하기로 하자.

 

  굵게 나온 부분은 내가 옥스퍼드 판 번역에서 임펙트를 느낀 부분과 맥밀러 판 

번역에서의 내용이다.

 

  다음은 쉬운 번역이다.

 

  옥스퍼드 판.

  진리의 기준이 손을 들거나 머릿수를 세는 데 있다면, 주술의 체계는 가톨릭 

교회보다도 훨씬 더 확고한 근거에 따라 "언제나, 어디서나, 모두 다" 라는 

자랑스러운 구호를 자신들의 무오류성에 대한 확고한 신임장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맥밀러 판.

  만일 진리의 시금석이 머릿수에 있고 그런 머릿수만 가지고 따진다면, 주술체계는

가톨릭 교회보다도 훨씬 더 보편적이다. 가톨릭 교회가 자신의 무오류성을 증명하는

확고한 신용장으로서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표어가 있다. "그것은 존재하지 않은 적이

없으며, 이르지 않은 곳이 없다."가 그것인데, 주술체계야말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널리 분포되어 있다.

 

PS.

  프레이저는 주술을

 

  공감주술 안에

이론주술 과, 실천주술 로 나뉘었는데,

 

  이 후 적극주술(마술)과 소극주술(터부)에 대한 표가 맥밀러 판과 옥스퍼드판이 서로

다르다.

 

 

  맥밀러 판은

          1. 공감주술

1-1 이론주술, 1-2 실천주술

                          1-2-1 적극주술(마술), 1-2-2 소극주술(터부)

 

로 나뉘는데(마술과 터부가 전부 실천주술에 속한다)

 

 

옥스퍼드판은 

                      1. 공감주술

1-1 이론주술,                   1-2 실천주술

1-1-1 적극주술(마술),        1-2-1 소극주술(터부)

 

로 나눈다(마술은 이론주술에, 터부는 실천주술에 속한다).

 

  헌데 읽어보면 마술과 터부 역시 실천주술에 속하는 것 같으므로,

옥스퍼드 판의 표가 잘 못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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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부터 쓰는 감상문은 독서를 완전히 끝낸 이후의 감상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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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랄까, 초반부를 읽을 때부터 옥스퍼드판과 맥밀러판의 내용이

다를 거라고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 줄은 솔직히

몰랐다.


  아니, 내용 자체가 다르다기보다는 책의 주제가 완전히 다르다!


  이래서야 두 책을 같은 책이라고 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 지경이다.


  솔직히 완독하는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사소한 감상...몇몇

부분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파란 포스트잇으로 붙여 두었는데, 지금보니

내가 이걸 왜 붙였나? 싶을 정도로, 사소한 감상들은 잊어먹었다.


  하지만 그런 것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을만큼 전체적인 감상, 느낌이 다르다.


  가히 충격적이라 할만큼.


  물론 이건 내가 이전에 맥밀러판을 읽었기에 그것과 비교되어 느끼는 감상

이므로, 옥스퍼드판만 읽으신 분들은 아마도 내가 느끼는 감상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터다.


  자꾸, 감상감상만 하면서 정작 그게 무슨 감상인지는 말하지 않고 끄는 것

같은데...일부러 끄는 건 아니고, 솔직히 나 자신도 조금 정리가 안 되서 그렇다.

이렇게 그냥 나오는데로 느낌을 주절거리면서 머리 속에서 두 판본에 대한 정리

를 좀 하는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두 판본의 전체적인 느낌 비교에 들어가겠다.


  우선 황금가지는 네미 숲의 사제왕에서부터 시작되서 세계 곳곳의 신화와

주술, 종교의 이야기가 풍부하게 서술되어 있으며, 그 모든 것을 돌아본 뒤에는

다시금 네미 숲의 사제왕으로 돌아가 대미를 장식한다.


  맥밀러판에서는 이 구성이 뭐 하나 더하고 뺄 것이 없는 구성이다.


  그러나, 옥스퍼드판에서는 조금 다르다. 네미 숲의 사제왕으로 시작해서 

네미 숲의 사제왕으로 끝나는 건 맞다. 허나, 그 끝은 어디까지나 페이크...

당시 사람들에게 있어서 지극히 민감한 문제를 살짝 덮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왜냐하면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이야기는 어떤 하나의 사건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맥밀러 판에는 그 암시하는 문장들이 거의

대부분 잘려나가 있다). 바로,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다.


  그 때문에 두 판본은 그 주제가 전혀 상이하게 달라진다.


  맥밀러판은 전세계의 주술, 신화를 자유롭게 비교하고 있다면,


  옥스퍼드판은 전세계의 주술, 신화등등을 사용해서 기독교의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해석하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놀랐다. 가끔 상입되는 몇몇 암시적인 문장에 이 두꺼운 책의

진짜 주제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암시적인 몇몇 문장을 삭제, 아니 거세한 맥밀러판은 본래의 주제

와 탄탄한 기승전결은 잃었지만 그 대신 더욱 큰 주제와 자유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에 내리는 결론은, 프레이저가 본래 말하고 싶었던 주제, 기독교와 주술종교

와의 비교를 비고 싶다면 옥스퍼드판을 


  그게 아니라 전 세계 신화, 주술 등의 자유로운 비교신화학을 읽고 싶다면 맥밀러

을 읽을 것을 권한다.


  참고로 한계레출판사에서 나온 한권짜리 황금가지가 옥스퍼드 판이고,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두권짜리 황금가지가 맥밀러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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