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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전환- 우리 시대의 정치.경제적 기원
칼 폴라니 지음, 홍기빈 옮김 / 길(도서출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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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워 1945-2005 1
토니 주트 지음, 조행복 옮김 / 플래닛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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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주트 지음, 조행복 옮김 / 플래닛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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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세기
한나 아렌트 지음, 김정한 옮김 / 이후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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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근대미술 뒷이야기 - 한국 근대미술사학의 개척자 이구열의 화단 비화
이구열 지음 / 돌베개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_민충정공 혈죽도,  안중식, 1906.

  1907년 대한자강회월보 제 8호에 실렸다.

 * 대한 자강회는 '시일야방성대곡'을 쓴 장지연과

[독립신문]사장을 지낸 윤치호등이

1906년에 조직한 애국 계몽 사회 단체이다.

우리 근대미술 뒷이야기

 

  近代 중학교때는 근대사는 기말고사 범위에 들어가지 않았다. 언제나 어수선한 공기에서 선생님의 수업은 허공에 흩어졌고, 나에게 근대사는 역사라고 배우기엔 너무 가까운 어느 한 시점에 불과했다. 아, 또 조선독립군, 대한독립군, 조선광복군, 서로군정서, 북로군정서..

  세상에나! 한 개의 이름을 모여서 독립운동을 하면 어디가 덧나? 그 뒤로, 고등학교 2학년때 근현대사를 유일한 문과 선택 과목으로 배우게 되었다. 그러니까, 1학기 중간고사 범위에도 갑신정변을 배우게 되는 첫 경험이였다.

  시기별로 나눠진 단원은 다시 정치,사회등으로 세분화되었고. 항상 문화와 예술 분야는 방대한 넓이를 차지하면서도 가장 뒤에 한두 장으로 요약되어 있었다. 그렇게 나는 한국의 근대 미술을 만났고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에게 근현대사의 미술은 친일파 두어명으로 기억되었다.

  예전에는 미술을 좋아해요, 라고 말 할 때, 언제나 미술과 나의 만남을 아름답게 이야기하고픈 충동을 느꼈다. ‘어느 날 미술이 내게로 왔어요.’ 라는 시적인 문장으로 나의 관심을 순수함으로 채색하고 싶었고 깊은 지식을 쌓아둔 양 떠들어댔으면 하는 소망도 있었다. 사실, 그런 불순한 의도로, 고고한 취미를 가진 사람으로 ‘보여졌으면’하는 의도로 처음 서양 미술사 수업을 들었다. 사랑이 빠진 젠체하는 관심은 얼마나 얄팍할 수 밖에 없는지... 대충 아는 척 하는 정도로만 지식을 쌓았던 나는 렘브란트 고흐를 주억거리며 적당히 이름을 외웠다.

 

그런데, 글쎄 어느 순간, 정말 미술이 나에게 와 있었다.

 

  언제쯤일까? 언니와 함께 했던 텅빈 루브르 박물관 4층의 어느 한 구석일까, 벌벌 떨다 들어갔던 파리의 어느 골목에 숨겨져 있던 피카소 박물관일지도 모르지. 아, 아침부터 컨테이너 벨트 위의 상품처럼 늘어서서 착착 이동해야 했던 바티칸 시국도 있군. 그래 분명 로마에서였을 것이다. 들어서는 공간 공간마다 감동할 수 밖에 없었던 그 도시를 사랑하게 되면서, 3일을 끔찍이 걸으면서도 언니와 나의 순간순간을 벅차오르게 했던 그 도시의 땡볕까지도 추억이 되면서 나는 진정으로 미술을 ‘사랑하게’ 되었다.

  MoMA에 가보았어, 라고 말하기 위해 미술관을 찾지 않고, 거기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화가의 손길에 두근거려 미술관으로 향하게 되면서, 나는 진심으로 미술 책을, 작가들을 찾아보게 되지 않았을까? 무지를 숨기기 위해 허겁지겁 페인트 통을 휘젓던 붓을 던지고, 나는 내 마음에 차곡차곡 나만의 Collection과 지식을 수놓았다.

 

  두꺼운 붓을 던져버린 뒤라서 나는 1년 전에는 읽히지 않던 ‘우리 근대미술 뒷이야기’도 너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진짜, 내가 모르는 우리 근대의 미술가들을 만나고 싶었다. 요새 한국은 신문과 방송에 기사화되는 큰 서양미술전에 빠져 정작 우리 미술은 뒷전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중국 현대미술전을 하고, 서울 시립미술관에서도 10월 12일부터 아시아 현대미술전을 하는 등 ‘아시아’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요즘 서양에서 뜨고있는 중국미술에 대한 반작용일 뿐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내가 적극적으로 동양 미술에 대해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소망을 현실화 하면서 그 첫 테이프를 이 책이 끊게 되었다.

 

  처음 본 화가와 처음 만난 내 나라의 역사에서, 나는 볼펜을 꺼내들고 열심히 책을 읽었고, 강의실에서 사람들은 ‘무슨 공부하는 것 같이 책 읽네’라고 여러번 이야기했다. 펜을 들고 읽으면 즐기지 못하는 걸로 보이나보다. 나는 사지 못하는 비싼 옷들이 잔뜩 박힌 잡지를 보는 것보다 더 즐기고 있었는데, 너무나 익숙해서 전혀 몰랐던 누군가와 연애를 시작하면서 전혀 새로운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 두근거림이였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챕터는 양기훈과 안중식의 민충정공 혈죽도였다. 민충정공은 1905년 11월 17일의 제 2차 한일협약의 체결로 일본에게 자주 외교관을 박탈당하게 된 망국의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고종에게 조약의 파기를 건의하다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후의 항거로 피신처에서 자결한 민영환이다. 그의 묘에서 푸른 대나무 네줄기가 신비하게 솟아올랐는데, 그것을 양기훈과 안중식이라는 화가가 그림으로 그렸다는 이야기였다. 여기서 재밌는 것은 양기훈과 안중식의 혈죽도를 비교해보면 그 생생함과 현실감에 현저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당대 최고의 화가였던 안중식의 혈죽도를 보다가 양기훈의 그림을 보면, 외람된 비유일지 모르나, 화투에 사리나무를 보는 양 어색하다. 반면 직접 민충정공의 혈죽이 자생한 현장에 직접 가서 그 대나무들을 충정 열사의 애국 혼이 현출한 것으로 보고 먹붓으로 실사한 안중식의 혈죽도는 뒤에 사진에서 보는 대나무와 다를 바 없이 생생한 현실감을 보여준다. 어째서 이런 역사적 회화적 가치가 뛰어난 그림을 전혀 모르고 살았던 걸까, 세삼 부끄러웠던 부분이다.

 

  또, 이중섭 화백의 담배갑에 그린 그림이 단순히 그가 피우고 남은 담배갑이라 여겼는데, 그게 아니였다. 피난 시절 부산 남포통에서 이중섭이 오페라의 무대장치를 맡았던 적이 있는데, 그때 변소에서 일을 보다가 옆에 굴러다니던 꼬부라진 못과 양담뱃갑 은종이에 그림을 그려보다가 탄생했다고 한다. 합판에 그린 유화와 담배갑에 그린 그의 선화. 가난하면서 담배를 못 끊었구나, 라고만 생각하던 무지가 너무나 부끄러웠다. 가난함에도 미술을 버릴 수 없었던 그의 간절함에 숙연해진다. 또 비참한 상황에서도 처연하거나 자괴감에 빠지지 않고 견딜수 없는 고독을 환상적인 그림으로 바꾼 그가 더없이 살갑게 와 닿았다.

 

  이제 정말 사랑하는 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그 시작을 함께한 우리 근대미술 뒷이야기가 참 소중하게 느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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