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의 회색지대
윤해동 지음 / 역사비평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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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근대성의 관점에서 한국의 민족주의를 고찰한다. 필자는 여기서 탈근대의 관점으로 민족주의를 보아 줄 것을 요구한다. 민족주의가 식민주의를 비판하는 기능을 해 왔지만, 식민주의의 기본 인식, 근대성‘을 공유한 채로 그것을 비판하였다는 점에서, 이는 모순이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따라서 식민주의의 극복은 근대성 비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한국 민족주의에 있어 식민지 경험은 벗어날 수 없는 트라우마(trauma)1)이다. 민족의 자결권을 보장받아 단일민족으로서의 나라를 성립하는 것을 민족주의의 의미라고 한다면, 식민지의 경험은 이러한 단일민족의 국가 성립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그렇기에 식민지 경험은  한국의 민족주의를 이야기함에 꼭 필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필자의 말처럼, 우리는 여태껏 일제 치하의 상황을 수탈과 저항이라는 이분법적 인식을 하여 왔다. 하지만 필자가 주장하는 회색지대라는 말처럼, 한 사회를 이분법적인 것으로 분석하기에는 그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상황이 많다. 예를 들어 일제치하의 상황을 가정하였을 때 일반 민중의 삶은 극단적인 저항도, 극단적인 순종도 아닌 두 모습이 공존하는 일종의 교차점에서 살아갔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회색지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회색지대의 문제는, 과거사 청산 - 일제의 잔재 청산 을 어렵게 한다. 살기위해 어쩔 수 없이 친일을 택했던 일종의 생존형 친일 행각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치열한 독립운동을 택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만주와 같이 국외에서 활동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던 만큼 일제 치하의 조선에서 회색지대에 속하지 않고서 살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필자는 이 문제를 국가 대 국가의 문제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내부체제의 청산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청산되지 않은 식민지주의는 일본의 우익교과서 문제를 통해 나타난다. 이에 대한 분노와 반발은 일제 지배의 콤플렉스를 나타내는 것이며, 이러한 반응을 민족주의로 규정하는 것은 ‘무의식의 식민화’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민족주의의 형성은 일본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자는 이제는 이러한 관계를 탈식민의 과정을 통해 탈피할 것을 주장한다.

  그렇다면 냉전시대의 종결에 이은 민족국가의 형태를 지니는 지금의 세계에서 민족주의를 대체할 이념은 존재할까? 답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은 민족주의는 아니라는 말만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민족주의는 근대성을 뛰어 넘을 수 없고, 근대성을 비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대의 문제가 해결되고 탈근대가 올 것이란 기대는 결국 근대의 사고에 따른 것 일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의 근대를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데에 그 의의를 두어야 한다. 비판을 넘어선 대안이 나올 그 날을 기대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1)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外傷後-障碍,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신체적인 손상 및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후 나타나는 정신적인 장애가 1개월 이상 지속되는 질병. 본문에서는 식민지의 경험이라는 정신적인 충격을 통해 나타나는 여러 가지의 반응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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