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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예쁨 받으려고 태어난 게 아니다
김현진 지음 / 이다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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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자로 살기 힘들었다. 많이 힘들었다. 내가 적지 않은 이 나이를 먹으며 겪어 온 크고 작은 역경들을 생각해보면 9할은 내가 여자라는 사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었던 것 같다. 여자라는 사실이 내게 도움이 된 것은 글쎄, 한여름에 양산을 쓸 수 있다는 점 정도일 뿐이다. 소변을 볼 때도 문을 닫고 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들고 싶었지만, 횡행하는 불법 촬영 때문에 문을 닫는다고 안심할 수 없는 노릇이 돼버렸다. 또한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었다는 점도 들고 싶었지만, 애초에 여자는 빼놓고 군대를 만들어 놓고서 여자들이 군대 안 가는 것이 무슨 큰 죄라도 되는 양 다른 것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이런 말을 하면서도 나는 불안해하고 있다. 이 작은 공간에서 거의 익명으로 쓰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로서의 솔직한 내 심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렇게 불안하다. 그러니 페미니즘 에세이 책을 내는 것은 얼마나 더 용기가 필요한 일일까. 나는 김현진 작가가 참 좋다. 나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여자인 나를 위하여 글을 써 주는 김현진 작가가 있어서 나 같은 소심한 여자도 세상을 사는 데 조금 용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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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
김현진.김나리 지음 / 박하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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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현진 작가를 좋아한다. 처음 그의 책을 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열심히 좋아하고있다. 그의 글은 좋아할 만한 구석이 아주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고맙기까지 했던 부분은, 언제나 여성으로서 목소리를 내 준다는 점이었다. 김현진은 온 존재로서 글을 쓰는 흔치 않은 작가다. 여성으로서의 삶을 피하지 않고 다 격어내고 살아내고, 여성으로서의 목소리를 걸러내거나 포장하지 않고 세상에 내 보낸다.

이런 건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부터도 누군가 여성으로서의 목소리를 내 주는 이가 있으면 반갑고 또 마음으로 응원하지만 그 뒤에 숨어서 익명으로 따라갈 뿐, 내 일상에서 이같은 내 의견을 표명하기에는 용기가 부족하다. 그런 부분에서 늘 미안하고 고맙게 생각하며 그의 글을 읽어왔다. 나는 여성이되 여성을 부정하며 살아왔다. 나는 여혐하는 여자. 내가 여자가 아니길 간절히 바라며 살아온 여자. 평생 여성으로서의 삶을 어떻게든 피해보려 너무도 용을 써 온 탓에 여성으로서 살아나갈 방법을 아직도 모르는 여자.

내가 애써 부정하고 없는 듯 여기려 했던 내가 여성으로서 격은 일들. 평생 어떤 그물 막 너머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왔는데, 괜찮다고, 딱히 보는 데 불편한 건 없다고 스스로도 생각해왔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그물막에 초첨을 맞추어 똑바로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왜 불편했는지, 그건 결코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데.

소설의 두 주인공이 카톡으로 털어놓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내가 늦은 밤 위로 카톡을 받는 듯 했고, 내가 그들을 위로해 주는 듯도 했다. 일상적으로 쓰는 카톡 형식이라 그런지, 더욱 두 주인공들이 이 늦은 시간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생각도 들었다. 아... 정말 어떻게 이 정도로 쓸 수 있었을까... 김현진 김나리 두 작가님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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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탐구생활
김현진 지음 / 박하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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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책을 잘 읽지 않는 그냥 그런 사람입니다만, 
김현진의 책만은 정말 좋아합니다. 
특히 다른 이와 함께 쓴 책 보다는 김현진 단독으로 쓴 것을요. 
바로 지난 번 책 '가장 사소한 구원'은 다른 분과의 주고받은 서신집이라 늦게 구해 봤지만, 
이번에는 나오자마자 열심히 구해서 아껴가며 읽었습니다.
'사소한 구원'을 읽었던 당시에 마음에 남겨두었던 물음 중에서, 작가란 도무지 어떤 존재인건가, 그런게 있었습니다.
저 책의 공저자였던 라종일 선생은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 보이는' 행위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를 했지만, 
한 해 한 해 맨몸으로 뚫고나온 이야기를 이토록 솔직하게 보여주는 이는 김현진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그냥 그런 사람인 나도, 덩달아 살아갈 용기를 한모금 얻게 되거든요.

글을 쓰기 위한 '취재'라는 명목을 내세우고 녹즙배달도 하고 동조단식이나 여러 투쟁현장을 다니지만,
김현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취재의 시작은 있으되 끝은 없는, 뭐랄까... 
삶이 취재요, 취재가 삶인, 
그러니까 김현진은 정말 우리 중의 하나인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를 구경하러 온 외부기자가 아니고...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을 보여주는 작가가 있으니 저같은 그냥 그런 사람이
거울처럼 바라보며, 함께 견디고, 다음 책을 기다리며 나도 살아보는, 그런 용기를 얻습니다만,
아마도 이게 바로 우리 중에 작가가 필요한 바로 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그러다가도 걱정이 듭니다. 
작가로서의 소명이 인간으로서의 김현진을 너무 힘들게 하는 건 아닌지,
나같은 사람에게 용기를 주느라, 정작 본인은 과하게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건 아닌지.
아마도 라종일 선생도 비슷한 걱정을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독자로서 저에게 김현진 작가는 세월을 꼭 함께 건너가야하기 때문에
중간에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김현진 작가님
독자들을 아끼듯 바로 그렇게 자신을 아껴주길, 그리고 이렇게 귀한 책 내주어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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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책을 잘 읽지 않는 그냥 그런 사람입니다만, 
김현진의 책만은 정말 좋아합니다. 
특히 다른 이와 함께 쓴 책 보다는 김현진 단독으로 쓴 것을요. 
바로 지난 번 책 '가장 사소한 구원'은 다른 분과의 주고받은 서신집이라 늦게 구해 봤지만, 
이번에는 나오자마자 열심히 구해서 아껴가며 읽었습니다.
'사소한 구원'을 읽었던 당시에 마음에 남겨두었던 물음 중에서, 작가란 도무지 어떤 존재인건가, 그런게 있었습니다.
저 책의 공저자였던 라종일 선생은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 보이는' 행위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를 했지만, 
한 해 한 해 맨몸으로 뚫고나온 이야기를 이토록 솔직하게 보여주는 이는 김현진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그냥 그런 사람인 나도, 덩달아 살아갈 용기를 한모금 얻게 되거든요.

글을 쓰기 위한 '취재'라는 명목을 내세우고 녹즙배달도 하고 동조단식이나 여러 투쟁현장을 다니지만,
김현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취재의 시작은 있으되 끝은 없는, 뭐랄까... 
삶이 취재요, 취재가 삶인, 
그러니까 김현진은 정말 우리 중의 하나인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를 구경하러 온 외부기자가 아니고...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을 보여주는 작가가 있으니 저같은 그냥 그런 사람이
거울처럼 바라보며, 함께 견디고, 다음 책을 기다리며 나도 살아보는, 그런 용기를 얻습니다만,
아마도 이게 바로 우리 중에 작가가 필요한 바로 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그러다가도 걱정이 듭니다. 
작가로서의 소명이 인간으로서의 김현진을 너무 힘들게 하는 건 아닌지,
나같은 사람에게 용기를 주느라, 정작 본인은 과하게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건 아닌지.
아마도 라종일 선생도 비슷한 걱정을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독자로서 저에게 김현진 작가는 세월을 꼭 함께 건너가야하기 때문에
중간에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김현진 작가님
독자들을 아끼듯 바로 그렇게 자신을 아껴주길, 그리고 이렇게 귀한 책 내주어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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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탐구생활
김현진 지음 / 박하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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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가며 읽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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