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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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본문 중 ------
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많이 공부하고, 제일 똑똑하고, 외국어에도 능통하고, 첨단 전자제품도 레고블록 만지듯 다루는 세대야. 안 그래? 거의 모두 대학을 나왔고 토익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자막 없이도 할리우드 액션영화 정도는 볼 수 있고 타이핑도 분당 삼백 타는 우습고 평균 신장도 크지.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고, 맞아, 너도 피아노 치지 않아? 독서량도 우리 윗세대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아. 우리 부모 세대는 그중에서 단 하나만 잘해도, 아니 비슷하게 하기만 해도 평생을 먹고살 수 있었어. 그런데 왜 지금 우리는 다 놀고 있는거야? 왜 모두 실업자인 거야?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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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가 부러울 때가 있었다.

이거저거요거 다해도 다빈치 아저씨는 짱이었다.

그가 했던 것들은 '시도'자체가 정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되어버렸다. 빌게이츠가 다빈치가 스케치를 했던 노트를 경매에서 샀던 이유도 아마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한다. 당시는 그냥 그렇게 먹고, 자고, 물가에서 배타고 놀다가 일생을 마감했다. 지금처럼 치열하지 않았다.

 

2000년이 넘었고, 이젠 지구 안에서 발명할 수 있는 것은 다 발명된 것 같다. 남은 것은 우주? 전구도 수십년 째 쓰고 있고, TV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계속 사용되고 있다. 모든 것이 한 제품에서 다 응용된 것들이 대부분이고, 정말 아무도 안 했던 것들을 맨땅에서 발견하는 일은 이제 거의 없다.

 

지구가, 우리 사화가 이제 써먹을만큼 다 써먹혀서 더 이상 집어 먹을게 없다. 인간의 뇌도 새로운 것을 생각하기보다는 기존의 열라 똑똑한 사람들이 발견해놓은 것들을 익히느라 일생을 소비하다가 그냥 그렇게 죽는거다.

 

이 책은 정신없는 지구인의 20대를 묘사하고 있다. 쩝, 서른살인 내가 읽으니, 아..내가 이렇게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치 꿈속의 나를 보는듯 했다. 고시원의 '창'을 빌게이츠의 '윈도우'와 비교하면서 쓰는 작가의 세상을 해석하는 방법, 맛있다. 맛있는 책이다. 맛있기만 하지는 않다. 꼭꼭 잘 씹어 약간은 쓴 물이 혀에 느껴지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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