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bluebird > <김훈 작가와의 만남> 후기

황석영 씨와 김연수 씨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저자와의 만남에 참여했다.  
책을 통해 충분히 교감할 수 없는 부분들이 이런 만남을 통해 채워지는 것 같다. 
예전에 '소설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이런 것이었다. 
'그들은 어떤 표정과 모습으로 현실을 살아가고 있을까? 저들은 뭐가 다를까?' 
'힘들고 고단한 인생 속에, 특별한 해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김훈 씨의 청춘의 꿈은 '밥을 먹는 것'이지 '글을 쓰는 것'이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그렇다고 그에게 글을 쓰는 것이 결코 낭만적인 일이 될 수는 없다. 
소설 속의 언어 알갱이들은, 구체적인 삶의 현실과 치열하게 분투한 산물이기 때문이다. 
소설 속 문체나 글을 잘 쓰는 비결 등을 묻는 질문에, 그는 냉정하고 날카롭게 결론을 내렸다. 
"비결이나 영감은 없다(잘 모르겠다). (나에겐) 오직 노동이 있을 뿐이다." 
 
첫 인상은 굉장히 차갑고 고뇌에 찬 모습이었지만, 그의 말을 들으면 이면에 감춰진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거친 인생의 행로를 걸어 온 그는, 군더더기 없는 분명한 언어로 그가 사는 
현실(그의 말을 빌리자면, 뒤죽박죽이어서 6하원칙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혈실)을 드러내고자  
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후세가 그를 작가로 기억하든 말든 그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이 대목에서 왠지 멋져 보였다). 
독자와의 소통을 생각하기 이전에, 소설을 쓴다는 것은, 그에게 밥을 먹게 해주는 숭고한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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