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블랙
수전 힐 지음, 김시현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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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에 가면 꼭 듣는 말이 있다. '어쩐지...'

고인이 갑자기 자식들을 불러 평소에 안 하던 이야기를 하셨다거나, 안 하던 일을 하셨다거나. 내내 잊고 있던 사람이 문득 생각났는데 몇 시간 뒤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당시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전혀 안 했음에도, 이런 말을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뱉게 되는 말이다. '어쩐지...'

 

<우먼 인 블랙>을 단순히 원한 맺힌 혼령의 복수극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는 주인공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글 전체는 결국 '어쩐지...'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나는 왜 그 마을에 가서, 나는 왜 그 집에 가서, 나는 왜 그 편지를 읽어서-

 

생각해보면 누군가의 부고를 듣고 '어쩐지'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애도 행위다. 고인의 인생을 반추하고, 내 인생과 고인을 연관시키려는, 따뜻한 애도다. 그날 외삼촌이 사고를 당하셨을 그 시간에 어째서 문득 외삼촌 생각이 났을까. 문득 생각이 났을 때 전화라도 한 통 드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님 이미 돌아가신 분이 내게 한번 찾아오신 것이었을까.

 

잃어버린 가족을 애도하는 주인공의 '어쩐지'라고 생각하니 <우먼 인 블랙>도 그저 무섭지만은 않다. 나는 왜 그 집에 머무르고 싶었을까, 생각하며 묘사하는 창연한 영국 시골마을과 대저택의 풍광은 아름답고. 나는 왜 그 방을 맴돌았을까, 생각하며 회상하는 어머니와 유모에 대한 어릴 적 기억은 포근하고 따뜻하다.

 

이런 독후감은 공포소설에 대한 모독일까. 아니지, 세상에 무섭기만 한 유령 이야기가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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