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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세계 - 너의 혼돈을 사랑하라
알베르트 에스피노사 지음, 변선희 옮김 / 연금술사 / 2019년 3월
평점 :
푸른 세계
책 속의 글씨 색깔이 검정색이 아닌 책은 처음 보았다.
회색끼가 섞인 남색에 가까운 색이랄까.
푸른 세계를 꿈꾸는 것이기 때문일까?
El mundo azul - 푸른 세계
Ama tu caos - 너의 혼돈을 사랑하라
요즘 스페인이라는 나라를 자주 접하게 되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푸른 세계는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스페인이 사랑하고 추천하는 인생 소설이라고 하여 기대가 많이 되었다.
P14) 늘 지니고 다니던 이어폰을 꼈다. 나는 왼쪽 귀가 들리지
않지만 음악을 좋아한다.
태어날 때부터 푸른색 보청기를 꼈다.
(중략) 음악 없는 인생은 실패작이라고 말한 사람이 니체였던가.
거기다 나는 음악을 듣기 위한 좋은 이어폰이 없으면 신성모독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절제된 문체를 사용하여 남들에겐 고난이 될 수 있는 장애를 무덤덤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인 소설이다.
극복이라면 극복일까?
소년은 죽음에 관해서도 담담하고 무난하게 받아들이는가 싶더니 제일 간절하고 허둥지둥하는
부분은 바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할까 봐, 그리고 시간에 쫓길 때였다.
그래서일까. 소년에게 신경을 쏟지 않는다면
소년의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든지, 곧 죽음이 임박한다든지 깜박하고 넘어갈 정도에서 소년이 이제부터
할 일에 집중하게 되어버린다.
소설은 아버지가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시작한다.
소년의 나이 11살이었다.
아버지가 바다를 바라보고, 파도소리를
몇 시간이고 듣는 이유도 모를뿐더러 절벽에서 그 선택을 한 이유도 알 수가 없었다.
소년의 나이 17살, 사흘 뒤에 자신의 생명이 사라진다는 나쁜 소식을 주치의에게서 들었다.
주치의 또한 무감각 그 자체였다.
그저 형식적인 몸짓과 행동, 말투뿐이었다.
P15) 문제란 존재하는 게 아니라 문제라고 생각하면 생기는 거라고 믿는다.
문제란, 단지 사람이나 인생에 기대하는 것과 그로부터
실제로 얻는 것 사이의 차이일 뿐이다.
정말 공감하는 말이다.
생각했던 것과 실제로 일어나는 것과의 차이, 그
격차 속에서 문제가 생기고, 문제를 인식하고 인지하는 건 우리의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이쯤되면 알베르트 에스피노사 작가가 경험했던 것과 한결같은 인생관이 궁금해진다.
저자는 실제 14살 때 암 선고를 받고 10년간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수술과 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한쪽 다리를 잃었고, 폐와
간의 일부를 잃었다.
24살이 되던
해에 비로소 병원을 떠나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암으로 만나게 된 친구들을 떠나 보내기도 하였다고 한다.
P24) 모든 것의 기본은, 오늘이 죽을 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것이 전부다.
이튿날 잠에서 깨면 24시간이 더 주어졌다는 걸 깨닫고
커다란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인생 선배의 자기계발서를 한 권 읽는 것 같은 기분이다.
표지의 글 한 줄에서부터 그저 글이 보일 때마다 다른 책을 읽을 때처럼 빠르게
넘길 수가 없다.
푸른 세계는 말 그대로 시적인 소설이다.
한 자 한 자가 인생의 끝을 올바른 방향으로 고찰할 수 있게 해주고 없던 신념
또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경험이겠지만, 죽기
직전 그 순간에도 의식은 깨어있기를 바라고 그 마지막 순간을 놓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을 누구나 할 수 있을까?
P30) 너는 두려워하는 게 지겹지도 않니?
네 행동의 결과를 두려워하는 것 말이야.
나는 역시 오늘마저도 두려워하고 긴장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두려움의 단조로운 반복을 통해서 말이다.
나는 언제쯤 그런 나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노란 세계’와 ‘붉은 팔찌’에 이어
인생과 투쟁,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색의 3부작인 ‘푸른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어느 언어로든 이 책을 읽는 독자들과 교류하고 싶어 이메일 주소를
책 속에 남긴 작가는 마지막까지 인상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