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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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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누이..그는 왜 그런 능력을 가진 것일까.. 아니 그런 능력이라도 있었어야 했던걸까. 그래서 어른들은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렵고 행복하다고 하는 걸까.....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책은 한번 펴면 눈을 뗄 수가 없다. 그가 만드는 주인공들의 심리 속에 독자는 심취해 버린다. 그렇게 그루누이도 미워할 수 없는 파트리크의 분신이다. 향수를 향해 가는 그의 인생은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진다. 그가 그 산의 동굴에서 그냥 혼자 행복하게 살았다면, 그가 아름다운 향기를 가진 여자들을 진심으로 사랑해 그런 만행을 그만두기를 페이지를 넘기며 계속 바라고 바랬다.

그가 체포되고 재판에서 사형을 언도받은 그가 이제는 그냥 죽기를, 그게 그에게 더 행복할 것 같은 맘에 안달이 났다. 그러나 어이없게 그에 대한 증오보다 더 원초적인 본능으로 육체적 사랑에 현혹되는 많은 사람들.... 끔찍한 맘에 책을 들고 정지해버렸다.
모든 위험에서 풀려난 그루누이.. 그는 자유를 얻었지만 난 그가 웬지 너무나 불쌍했다. 모든 것에 환멸을 느끼고 집시들을 이용해 자신의 삶을 종결지은 그루누이.. 이제 그루누이는 그의 불쌍한 인생을 종료했지만 인간답지 않은 황홀함에 빠져 그를 잡아찢은 집시들은 다시 인간에 대한 의문을 던져주었다.

파트리크는 인간에 대한 신뢰 자체가 없는 것일까.. 그는 많은 실망을 했던걸까.. 아니다. 그동안 그의 책은 폐쇠적이었지만 항상 완벽하지 않은 세상에 대한 미련을 내비쳤었다. 그런데 왜 그루누이에게도 마지막의 집시에게도 아무런 희망이나 인간에 대한 미련이 보이지 않는것일까... 책을 읽은 직후 한동안 책을 들고만 있었지만, 울상이 되어있어지만.. 지금.. 난 그루이를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 선량한 집시들도 기억한다. 성의 향락에 모든걸 내맡겼던 그 사람들을 기억한다. 비난의 기억이 아니다. 그들을 따뜻하게 감싸안아주고 싶은 감정으로 그들을 기억한다. 파트리크는 그것을 원한 게 아닐까... 그런 따뜻한 맘을 되새겨 기억해보라고 그런 인물들을 제시한 지도 모른다. 그는 기억되고 싶은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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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와 나뭇가지
제프 톰슨 지음, 이은선 옮김 / 더난출판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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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앞에 나온 코끼리의 이야기에 끌려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린 코끼리는 처음에는 아둥거려본다. 그러나 불가능을 배운 코끼리는 자신에게 힘이 생긴 다음에는 바둥거릴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코끼리는 인생을 마감할 것이다.황금률..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우린 모두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순간순간에 잊어버리고 또 떠올리기에 적기에 활용하지 못할뿐이다. 저자의 말들은 어디에선가 한번 본 듯도 하고 들은 듯도 한 정겨운 이야기들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어디선가 듬성듬성 보았던 것만 같은 내용을 한꺼번에 모아 놓으니 삶의 모토가 정리되는 기분이다. 그래서 뿌듯하기까지 하다. 본인도 첫 사회 생활을 시작하며 이 책의 여러 내용들을 많이 옮겨 적어 놓았었다.

'행운의 여신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와 너의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하지만 네가 큰길까지 달려나갈 작정으로 문밖을 나서면 중간에서 행운의 여신과 마주치게 된다.'위의 문구는 내 다이어리에 옮겨적어놓은 책의 이야기 중 가장 큰 힘의 원동력으로 날 끌어주고 있다. 진부한 듯 하지만,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나의 생활을 다져주는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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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에세이 - 근대화의 도시풍경, 강홍빈과 주명덕이 함께하는 서울 기행
강홍빈 지음, 주명덕 사진 / 열화당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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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을 다녀왔다. 도쿄의 길을 구석구석 외우고 유명한 장소를 지도처럼 환히 꿰뚫게 된 자신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넌 서울을 아니?' 서울.. 내가 20년을 살아온 장소에 대해 난 방향감각도 없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어디 사냐고 물었을 때 그 사람이 사는 동네를 아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난 서울 기행을 결심하고 서울에세이를 열었다.
경복궁 앞의 육조거리, 거기에서 불쾌감을 북돋우는 건물이 하나 있다. 미국대사관. 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그 거리에 버젓이 미국 대사관이 자리잡고 있어야 하는걸까. 그것도 헌병들이 지키면서 다른 길의 풍경과 괴리된 괴물처럼...

과거 우리나라는 삼거리가 보통이었다고 한다. 태평로로 이어지는 사거리는 일제가 뚫어놓은 길이라고 했다. 서울의 궁궐들, 특히 경희궁을 부숴버리고 창경궁을 놀이터로 격하시킨 일제의 만행은 길을 따라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또 이어지는 미군의 용산기지... 몇 년전에 그곳에 들어갈 볼 기회가 있었다.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거대한 나무들이 무척 많았다. 이곳만큼 오래된 나무들이 많은 곳은 없다고 했다. 왜? 그들만이 그 공간을 즐길 수 있는가. 우리의 땅인데...

서울의 건설문제에 대해 그 당시 미래의 사람이었던 내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말 아쉬운 것은 한강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문제다. 지금도 최소 천만원에서 일억을 달리는 한강조망권의 프리미엄은 누가 시작한걸까? 우리나라는 아직 공유지라는 개념에 익숙치 못한 것 같다. 좋은 것은 함께 공유해야 더 많이, 폭넓게 소유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듯하다. 한강을 서울의 어떤 자원보다 크게 여기고 사랑하며, 자랑스러워하는 나로써는 과거로 돌아가 한강주변 살리기를 위해 한목숨 바치고 싶은 심정이다. 어느나라의 수도에도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강은 없다고 한다. 우린 한강을 너무 무시하고 있는게 아닐까.

책을 덮은 후 난 교통표지판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아.. 저건 책에서 본 표지판이다... 그 때 그 표지판은 어디있을까?' 등의 생각에 예전엔 신경도 안 쓰던 교통표지판이 괜히 정겹다.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곳, 우리의 관심은 생각지 못하는 곳에서 발생하고 그런 관심이 잘못 만들어지고 있는 우리의 땅을 바로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서울 에세이가 이편, 삼편 계속해서 서울의 더 많은 부분을 담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같이 평범한 많은 사람들이 더 서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각자 자리에서 서울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그런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라며 내 주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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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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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한국이 좋아요. 정말 많이 좋습니다. 한국 사람들의 생각하는 방식이나 행동하는 방식이 맘에 들어요.'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만난 재일교포 아저씨에게 강조하고 강조한 그 말은 약간 비어있는 메아리같았다. 물론 난 한국이 좋다. 그렇지만 왜냐고 묻는다면.. 난 한국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다. 태어나서 줄곧 자라온 한국인데도.... 그래서 이 책이, 한국인으로 귀화하신 박노자 교수님이 내겐 참 궁금했다. '왜일까?' 하고...

대한민국이란 세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의 군대문제, 그게 왜 그렇게 궁금했던걸까? 난 한번도 왜 군대에 가야하고 왜 군대에 가지 말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많은 한국인들이 모두 그래온 것이 아닐까? 그냥 가라니까, 가기 싫지만 그냥 그쪽으로 발걸음을 돌려 온 게 아닐까. 한국의 군사문화보다 한국인이 제대로 징병을 거부하지 않고 그 대체에 대한 정당한 요구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게 더 이상하다고 저자는 말했다.

그동안 군대를 가는 남자들을 불쌍하게만 생각했다. 그들이 군대를 감으로써 군대를 가지 않는 여자보다 더 우월하다거나, 쓸모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박노자 교수님은 그런 문화를 통한 불평등이 우리 사회의 저변에 깔려있다고 말씀하셨다. 국가를 위해 모일 수 있는 사람들과 모일 수 없는 사람들... 문득 남자들은 군대를 다녀왔기에 사회생활에 쉽게 적응한다던 선배들의 말이 떠올랐다. 하라면 하는 군대처럼 우리 사회도 하라면 하는 문화가 자리잡혀 온 것이다. 그게 사회라고 말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지금 군사문화와 사회문화를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지적하는 한국의 문제는 다양했다. '바트자갈'이란 몽골인 노동자의 이야기는 설마 우리나라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아함과 부끄러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조선족 유학생이 한국인의 무조건적인 무시와 동정에 참지 못해 돌아간다는 이야기에 할 말을 잃었다. 대학내의 상하관계와 기업식 경영풍토에 작은 분노를 느꼈다. 이러한 우리 한국의 이미지와 풍토가 한 사람, 한 사람에 의해 형성되었듯이 한 사람, 한 사람에 의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날 만났다면 이런 나쁜 모습은 보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으로 나 먼저 한국의 좋은 모습을 만들어가기 해 긴장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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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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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의 집앞에 비둘기가 나타났다. 나도 비둘기가 싫다. 비둘기의 동그란 눈은 온통 빨갛기 때문이다. 내 방문 앞에 비둘기를 보고 조나단같이 절망하지는 않았겠지만 조나단은 그런 사소한 일에 깊숙히 절망할 수 있는 우리의 모습과 그 일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행복한 메세지를 전해준다.

조나단이 비둘기를 보고 방에 들어가 자신이 곧 죽을 거라는 생각을 했으나 그의 몸은 그가 바라는 현상을 보이지 않았다. 모든 짐을 챙겨 내려오는 가운데 만난 관리 아주머니를 향한 분노도 그에게 만족을 줄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에 돌입하여 그 끔찍한 시간동안 세계도 멈춰주기를 바란다. 수습할 시간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세계는 자신의 절망의 깊이와는 무관하게 그 흐름을 계속한다. 조나단은 하는 수 없이 은행에 가서 문을 열고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은 자기를 괴롭힐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한번의 불행은 잇따른 불행과 절망을 끌고온다. 마치 정해진 연속선상을 달려오는 팩키지 상품처럼 하나하나 딸려온다. 아니 자신은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게 이어지는 조나단의 불행 속에 내 마음을 적잖이 긴장케 했던 것은 그의 바지.. 더이상의 붏행을 방지하고싶던 마음으로 우유곽을 주으러 갔기에 그의 바지는 찢어졌다. 그리고 그를 구제할 듯이 느껴졌던 어느 부인의 수선집..그러나 그의 간곡한 수선부탁은 객관적인 순서에 의해 거절당한다. 우리가 사회화하는 가운데 가장 크게 느끼는 절망 중의 하나가 아닐까.. 객관적인 틀에 의한 불가능.

불행을 피하려는 그에게 더 불행한 듯한 호텔방. 그리고 그는 혼자서는 살수 없다고 외치는 지경에 이르른다. 오랜시간동안 철저히 지켜온 그의 벽은 무너지고 그는 작은 두려움이 있는 가운데도 집으로 돌아온다. 비둘기는 누군가에 의해 쫓겨난 듯하고 그의 방앞은 관리하는 부인에 의해 깨끗이 치워진 상태다. 인간은 이럴때 또 무한한 안정감과 행복을 느낀다. 이렇게 사소한 일이 우리를 불행하게도 행복하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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