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에세이 - 근대화의 도시풍경, 강홍빈과 주명덕이 함께하는 서울 기행
강홍빈 지음, 주명덕 사진 / 열화당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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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을 다녀왔다. 도쿄의 길을 구석구석 외우고 유명한 장소를 지도처럼 환히 꿰뚫게 된 자신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넌 서울을 아니?' 서울.. 내가 20년을 살아온 장소에 대해 난 방향감각도 없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어디 사냐고 물었을 때 그 사람이 사는 동네를 아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난 서울 기행을 결심하고 서울에세이를 열었다.
경복궁 앞의 육조거리, 거기에서 불쾌감을 북돋우는 건물이 하나 있다. 미국대사관. 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그 거리에 버젓이 미국 대사관이 자리잡고 있어야 하는걸까. 그것도 헌병들이 지키면서 다른 길의 풍경과 괴리된 괴물처럼...

과거 우리나라는 삼거리가 보통이었다고 한다. 태평로로 이어지는 사거리는 일제가 뚫어놓은 길이라고 했다. 서울의 궁궐들, 특히 경희궁을 부숴버리고 창경궁을 놀이터로 격하시킨 일제의 만행은 길을 따라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또 이어지는 미군의 용산기지... 몇 년전에 그곳에 들어갈 볼 기회가 있었다.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거대한 나무들이 무척 많았다. 이곳만큼 오래된 나무들이 많은 곳은 없다고 했다. 왜? 그들만이 그 공간을 즐길 수 있는가. 우리의 땅인데...

서울의 건설문제에 대해 그 당시 미래의 사람이었던 내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말 아쉬운 것은 한강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문제다. 지금도 최소 천만원에서 일억을 달리는 한강조망권의 프리미엄은 누가 시작한걸까? 우리나라는 아직 공유지라는 개념에 익숙치 못한 것 같다. 좋은 것은 함께 공유해야 더 많이, 폭넓게 소유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듯하다. 한강을 서울의 어떤 자원보다 크게 여기고 사랑하며, 자랑스러워하는 나로써는 과거로 돌아가 한강주변 살리기를 위해 한목숨 바치고 싶은 심정이다. 어느나라의 수도에도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강은 없다고 한다. 우린 한강을 너무 무시하고 있는게 아닐까.

책을 덮은 후 난 교통표지판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아.. 저건 책에서 본 표지판이다... 그 때 그 표지판은 어디있을까?' 등의 생각에 예전엔 신경도 안 쓰던 교통표지판이 괜히 정겹다.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곳, 우리의 관심은 생각지 못하는 곳에서 발생하고 그런 관심이 잘못 만들어지고 있는 우리의 땅을 바로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서울 에세이가 이편, 삼편 계속해서 서울의 더 많은 부분을 담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같이 평범한 많은 사람들이 더 서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각자 자리에서 서울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그런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라며 내 주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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