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나가는 근대적인 개인이 어떤 존재인가를 보여준다.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전 지구적인 표준화의 새대 이후를 살아가는 우리의 진정한 삶의 과제 역시 ‘나 자신되기‘ (Be myself)다. 이 과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끊임없는 질문의 토대 위에서만 수행될 수 있다. 나는 나로 태어나는 것이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근대적 삶의 가장 중요한 윤리다. 우리의 삶은 정말이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인간은 참으로 허약하기만 해서 인생은 순식간에 나락으로 빠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동시에 인간은 참으로 강인해서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일으켜 세울 수 있다. 매일매일 나는 누구이며, 나답게 살고 있는가를 되물어야 한다. 어쩌면 답이 아니라 질문만이 우리의 삶을 굴러가게 하는 바퀴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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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원고료가 들어오거나 강의료를 받은 날이면 내가 나에게 꽃을 선물한다. 은은하게 오래가는 착한 카네이션도 사고, 비싸서 평소에는 구경만 하던 수국도 큰맘 먹고 집어 든다. 오래두고 보려고 활짝 핀 것보다 필락 말락 하는 것들로 골라 집에꽂아 둔다. 이틀쯤 지나면 봉오리들이 탁탁 터지며 온 집안이 환하게 빛난다. 하지만 개중에는 끝내 피지 못하고 그대로 말라 버리는 것들이 있다. 봉오리 끝을 살짝 열어 주면 간신히 피어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그대로 시들고 만다.
그때마다 맘이 쓰리다. 필 때는 질 때를 걱정하고 질 때는 필 때를 놓친 것을 서러워하는 누군가가 떠올라 쉬 버리지도 못하고안쓰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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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슈는 종이를 다시 접어 상자에 넣었다. 그러고는 두 손을, 손가락마디마다 있는 흉터들을 내려다보았다. 한 손의 손가락으로 다른 손의흉터들을 쓸어내렸다. 그 벽돌벽을 주먹으로 치면서 생긴, 눈에 보이지않는 내부의 흉터들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그는 항상 형사라는 직업과 경찰 배지와 임무가 없으면 자신은 길을잃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모든 것이 있어도 마찬가지로 길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그 모든 것 때문에 길을 잃을 것 같았다. 자신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것이허무의 수의가 되어 그를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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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침과 배움의 현대적 정의는 중·고등학교, 대학교, 교사, 도서관등에 막대한 영향을 받고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수천 년 전 우리 조상들의 관점에서 보면 가르침은 훨씬 덜 형식적이었으며, 많은 부분이가족과 공동체의 맥락에서 이루어졌다. 오늘날 사회적 동물에서 보듯말이다. 우리는 인간의 관점에서만 가르침을 정의하는 종 차별을 경계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인간 아닌 동물에게서 가르침과 배움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영영 깨닫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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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지하게 동의하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말없이 식사를 했다. 구아바와 살사, 섬세한 생선 맛에 잠시 마음을 빼앗겼지만, 나는 아직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로 하여금 나를 바라보도록 하고 있었다. 반대편에 거울이라도 걸려 있듯, 한창때를 약간 넘긴 나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넓지만 약간 굽은 어깨, 아직 숱은 많지만 희끗희끗해지기 시작하는 머리카락, 희미한불빛 아래에서 더욱 깊어 보이는 코 밑에서 입가에 이르는 주름, 최대한 팽팽하게 유지하고 있는 배(면 냅킨 아래 숨기고 있는), 나는 이몸에 지나치게 힘든 일을 시키지 않고 직장을 왔다 갔다 하고 일주일에 몇 번 운동을 좀 하는 정도만 요구하면서 사이좋게 오랫동안살았다. 옷을 입히고, 씻기고, 먹이고, 비타민도 공급해 주었다. 한두시간 뒤, 그녀가 아직 원한다면, 나는 이 몸을 메리의 손에 넘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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