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는 ‘없어도 되는 사람‘이라는 수식에 묶여 계속 버둥거렸다. 그렇지 않은 사람임을 계속해서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다르다. 나는가능한 한 미래를 계획하지 않으려고 한다.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면서 살고 싶다.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하게 될까. 이렇게 여러 일을 지속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지만 그런 질문은 미뤄놓기로 했다.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일들도 계획과 성과로 달성된 일이 아니다. 그저 좋아하니까 해봤고, 해보니까 또 좋았을 뿐. 기본적으로 나는 나를 신뢰하지 못한다. 그래도 나에 대한 한 가지 믿음은 있다. 앞으로 내가 어디로 향하든, 그 가운데에서무엇을 선택하든 아마도 그 일이 내게 가장 자연스러우리라는 확신 말이다. 그저 눈앞의 하루를 제멋대로 살아가는 게 다인 삶이지만, 쌓은 게 없는 대신나는 듯이 뛸 수 있지 않겠는가. 등에는 배낭, 발에는 운동화 그리고 내 몸에 딱 맞는 후드티 한 벌, 이정도면 충분하니까.
- P147

모두가 정답을 한 목소리로 외쳐야 한다는 부담없이 그저 서로 원하는 목소리를 내보면서 여러 가지를 실험해볼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가 달리는 건 100미터 코스가 아니니까. 힘들면 쉬어가고, 지치면 바통을 서로에게 맡기면서, 갈 수 있는 만큼 조금씩 이어 달리고싶다. 무엇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어달리기에 후드티는, 정말이지 너무 좋은 동료가 아닌가.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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