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기적 같은 일 - 바닷가 새 터를 만나고 사람의 마음으로 집을 짓고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송성영 지음 / 오마이북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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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사리 자리잡은 공주 흙담집의 뒤통수로 호남고속도로 개발이 확정되자 오마이뉴스의 시민작가이자 농민시인인 저자 송성영은 제3의 고향을 찾아 나선다. 박박 긁어모은 돈 푼으로 땅한 뙤기 사러 전국을 돌아다닌 저자 송성영, 고흥으로 당도하여 소작농에서 대지주로 가는 길에 반도의 끝에 다다라서야 온전히 원하는 삶의 자리를 얻는데... 이 이야기는 공주를 떠나 지리산을 기웃대다가 끝내 땅끝 고흥 땅에서 꿈의 보금자리를 찾은 길고 긴 여정의 기록이다. 제목그대로 그가 그곳에 정착하게 된 것은 “모두가 기적 같은 일”이다.

    

  단순히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귀농한 자연주의자의 독백이 아니다. 이 책은 한 가족이 어떻게 자연속에 스며드는지, 또 머리 굵어가는 두 사내아이와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내가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 그 과정을 포함하여 한 가족이 마음자리 찾아가는 전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땅을 구하러 다니고 집을 구하는 일이 이토록 세세하고 의미있게 그려진 책이 또 있을까? 고흥의 외진 바닷가를 찾아가는 동안 화를 다스리고 욕심을 내려놓는 저자의 의식의 흐름을 좇다보면 어느덧 이 책은 ‘그리스인 조르바’나 ‘월든’에 뒤지지 않을 만큼 자연주의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고흥땅에서 딱 마음에 드는 땅을 찾고선 계약서 얘기를 꺼내자 인심좋은 동네분이 꾸짖듯 타이르는 말이 정겹다. “아따 속고만 살었소?” 공주로 돌아오는 길에 계약서 비스무리한 종이 한 장 받지 않고 뭔가에 홀린 듯하다며 읊조리는 아내, 그려 그려 잘했다 에미야. 내 소원 풀이를 네가 했구나라며 기뻐하시는 노모. 그려지는 인물군상이 어쩌면 그렇게 구수하고 따뜻한지 모르겠다.

 

  어느 지인의 연으로 지리산에 들어와 좋은 조건의 땅에 유기농 농업을 펼치시라 초대받는 대목이 있다. 개발에 눈 어둡고 땀의 소중함 모르는 그들의 틈에서 하루 회의를 겪어본 두 부부는 이 길이 아님을 바로 깨닫고 지리산을 접는다. “그 고상한 사람들에게 싱싱한 자연식을 먹이기 위해 일하는 상머슴으로 전락할지도 모를 일이라며”

 

  저자의 집을 짓기 위해 건축일을 하는 처남과 동생의 도움과 지인들의 작은 도움들이 기적처럼 이어진다. 집을 짓기 시작하여 멀리 고흥 땅까지 내려와 건설일용일을 하는 인부들에 대한 마음씀씀이에 그만 나는 눈시울을 붉히고 만다. 좀 길지만 한 글자도 놓치고 싶지않아 길게 그의 마음을 남긴다.

  “비가 오는 날씨임에도 숙소에서 얼굴을 마주친 노동자 서너 명은 새벽 일터로 나서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말없이 밥을 먹습니다. 우리도 별 말 없이 밥을 먹습니다. 우리들처럼 그들 모두에게는 가족이 있을 겁니다. 그들은 가족을 위해 일거리를 찾아 남쪽 끝 전남 고흥까지 왔을 겁니다. 몸뚱이 하나 밑천 삼아 노동판으로 나서기 위해 새벽밥을 먹는 사람들, 아직 장가가지 않은 채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외아들일지도 모르고 일찌감치 결혼해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자식이 있는 가장일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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