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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내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드는가
이인실 지음 / FKI미디어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흔히 우리는 자유주의 경제 구조 속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자유주의 경제 구조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기회와 경쟁'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쟁'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대학 입시에서 시작하여 사회의 문턱을 넘기까지, 그리고 사회에 진입한 이후에도 경쟁은 계속된다. <피로사회>에서 한병철 교수는 스스로가 스스로를 착취하는 이른바 '피로사회'로 접어들었다고 말했을만큼, 경쟁 구도 속의 현대인의 삶은 고달프다.
물론 이 책의 저자인 이인실 교수도 앞서 말한 경쟁 구도로 하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처지에 대해 공감하고 안타깝게 여긴다. 저자 본인부터가 끊임없이 엄청난 일을 소화해온 사람이기에 더더욱 현대사회에서 노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을 잘 알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저자는 '나는 너무 힘들게 살고 있어. 현대 사회는 너무 경쟁적이고 복잡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어떻게' 적응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이인실 교수가 자신의 삶을 어떤 식으로 가치 있게 만들어왔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단순히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책이 아닌, 현실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이인실 교수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통계청장, 금융기관의 첫 번째 여성 경제학 박사 등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이 책에서 이인실 교수는 자신이 어떻게 해서 그러한 위치에서 일을 할 수 있었는지 겸손하고 담담한 태도로 밝힌다. 주목할 만한 점은 경제학이라는 어떤 다른 분야보다도 경쟁적인 곳에서 천천히 자신의 지평을 넓혔다는 것이다. 이인실 교수는 경쟁 구도 속에서도 '사람'을 중시했다고 말한다. 이론적인 합리성,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와 의리를 소중히 했기에 이룰 수 있는 일들이 많았다고 이야기 한다.
작은 먹이를 위해서라도 죽을힘을 다해 달리는 배고픈 사자처럼, 최선을 다해 일을 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을 챙겼다. 상대를 주의 깊게 관찰하며 경청하는 자세로 주변 사람들을 대했다. 그랬더니 경제 시장에서의 '보이지 않는 손'처럼 자신들을 도와주는 사람들도 만나게 되고, 어려울 것 같았던 일들도 잘 해결했다고 이야기 한다. 통계청에서 노조 관련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도 위압적이고 권위적인 청장의 모습이 아닌 경청하는 태도를 지녔었다고 회고한다. 그런 태도 덕분에 노조 측에서도 마음을 풀었고, 서로가 감정이 상하지 않고도 협상을 이루어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유연함'의 미덕을 느낄 수 있었다. 이인실 교수는 플랜A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플랜B를 택함으로써 '차선도 최선이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골라서 그곳에서 경쟁하였다. 또한 변화에 직면했을 때에도 무조건 변화를 회피하게 보다는 주도적으로 반응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특유의 '친화력'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이른바 '돌핀 리더십'(친근함으로 소통하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하였다.
직선적인 것만을 추구하며 아등바등 살아가는 것이 아닌, 일에 대해서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사람에 대해서도 부드럽게 다가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단지 글을 읽을 뿐인데도 왠지 모르게 발랄한 목소리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삶을 소재로 하는 서적들을 보면 결국에는 '나는 이런 사람이 될 수 없을 거야. 운도 좋았지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내가 바꾸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고 보다 친근감 있는 태도를 지녀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는 이 부분에 있어서 상대의 장점을 보려고 하고,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가 발생했을 때 그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친화력도 충분히 기를 수 있는 역량임을 이야기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머릿속에 남는 것은 '나는 과연 어떻게 나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었다. 주어진 상황에 대해 불평하고 불만하며 하루도 그냥 그저 그렇게 보내는 태도보다는, 그래서 내가 내게 주어진 이 삶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 고민하는 태도가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