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가 살아보려고 시도한 노력은 나라는 인간에서 자연스럽게 빠져나오려는 결심에 의한 것뿐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어쩌면 그렇게도 어려웠을까.
인간이란 무엇인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이 질문에 올바른 해답을 내릴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이 문제를 항상 생각하고 있으며, 생각하는 동안에 올바른 해답을 얻지 못하는 덕분으로 편안하게 죽음의 길을 떠난다.
인간의 생애란 각자가 자기 자신이 지향한 바에 도달하기 위한 길, 다시 말해서 자기 자신에 도달하기 위한 하나의 길인 것이다. 이 길은 넓고 평탄하여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려는 노력의 결과가 의외로 쉽게 찾아오는 수도 있겠고, 또 그와는 반대로 좁고 험악하여 가도 가도 암시를 얻는 데서 그치게 하는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멀고도 먼 길 저쪽에 있는 자기 자신에 도달하여 완결무결한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형성한다는 것은 어떤 사람의 경우에도 불가능하며 그것이 실현된 예도 없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필생의 노력으로 분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노력은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뚜렷한 자각이 수반되지 않는 단순한 신경소모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겠고, 또 다른 경우에는 보다 자각적인 노력이 되는 수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각자의 열의와 노력하는 방법에 따라 좌우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어떠한 인간에게나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모체로부터 독립했다는 증거로 탯줄을 끊은 자국, 즉 배꼽이 있다. 이 배꼽은 평생 없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마찬가지로 인류가 발생한 태고시대의 점액이나 점질은 마지막까지 인간이 되려고 '인간'에게 붙어 다닌다. 그러나 끝내 인간이 되지 못하고 개구리나 개미나 도마뱀으로 생애를 마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머리는 인간이지만 몸은 물고기로 되어 있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사람들도 인간 본연의 삶을 목적으로 하며 태어났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서 완전한 인간상을 갖춘 사람들과 조금도 다를바가 없다.
실험물로 빠져나온 우리 인간은 자기의 생성과정을 돌이켜 보기 전에 앞으로의 목표를 향해 돌진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남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할 수 있으며, 다시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는 있겠지만, 가장 정확하게 '자기'를 설명하는 사람은 오직 그 자신뿐인 것이다.
-이 책이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해 작성되었음을 알게되었고 그 속에서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매세지가 무엇인지 느끼고자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