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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미술관 - 양정무의 미술 에세이
양정무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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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 어디로부터 듣는 것보다는 내가 보는 것이 더 낫다,는 누구나 다 아는 고사성어. 하지만 내가 직접 보아도 두 눈 크게 뜨고 보아도 알 수 없는 진짜가 저기 있다면? 대놓고 숨바꼭질 중이지만 무엇이 숨어 있는지 모른다.

망원경으로 이렇게나 가까이 들여다 보아도 모르는 이야기, 들어야 알 수 있는 그들만의 사연들 <벌거벗은 미술관>으로 들어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제목 #벌거벗은미술관
지은이 #양정무
출판사 #창비 #창작과비평

고대 그리스 미술에서 신화,라는 이름은 본 적 없는 신비감과 함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시켜 위대한 작품들을 탄생케 한다. 신을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을 능력으로 만나기 어려운 그 이름을 현실에 존재케 한다. 대표적인 ‘벨베데레의 아폴론’ ‘라오콘 군상’ ‘밀로의 비너스’ 등이 그것이다. 어디선가 한 번씩은 들어봤던 유명한 이름들, 고전의 정수라 불리는 이 작품들이 사실은 짝퉁이라면?

하지만 그림이나 조각을 통해 육체의 아름다움을 설파하고 강조했던 당시의 흐름은 짝퉁이 아니라는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좋은 몸을 향한 각고의 노력(!?)과 욕망하는 마음은 변함없으니 시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은 있기 마련이다.

그래도 얼굴을 움직이는 힘은 남아있는 것 같다. 한결같은 표정인 줄 알았던 시간은 어느덧 여유와 함께 웃음을 지어 보인다. 하지만 이 웃음도 처음엔 웃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 철학적인 이유로 종교적인 이유로 혹은 사회적 시선이나 개인적인 이유로 웃음을 피했던 속사정, 나를 보는 저 진짜 미소와 가짜 미소, 새로운 분석체계로 본 모나리자 미소에 숨겨진 다양한 감정들과 더불어 웃어도 웃는 게 아닌 웃픈 현실까지 나아가다 보면 미술관(혹은 박물관) 투어도 정점을 향해 간다.

호르헤 수사 : 웃음은 악마의 바람으로 얼굴의 근육을 일그러뜨려 원숭이처럼 보이게 하지요.
윌리엄 수사 : 원숭이는 안 웃습니다. 웃음은 인간의 전유물입니다.
호르헤 수사 : 죄악도 그렇지요. 그리스도는 안 웃으셨소.
윌리엄 수사 : 확실한가요?
호르헤 수사 : 성서에 웃으셨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윌리엄 수사 : 안 웃으셨다는 기록도 없지요. (p.106)

생각해보니 우리는 그동안 미술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정작 그 작품이 있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나폴레옹의 위엄은 그의 역사만큼이나 두 갈래로 갈린다. 도둑, 약탈자라는 이름과 함께 그 덕분에(?) 본격적인 미술관(박물관)의 시대가 열렸다는 사실. 돈 많은 한량들의 사교모임이 박물관의 역사에 빠지지 않으면 안되는 불편한 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있어야할 그곳임에는 틀림없다. 과거의 시간을 존중하면서 대중의 시선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요즘의 노력은 박수를 받아야하지 않을까. 한 사람의 불순한 의도로 유행이 되었으나 이제는 모두를 위한 이름으로 변신하는 중이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를 위해 ‘각자’ 가 되어야 하는 때. 갑작스런 팬데믹으로 모든 것이 멈출 수 밖에 없는 공포의 이름은 이전에도 있었다. 흑사병, 스페인 독감… 어떻게든 벗어나려는 인간의 움직임은 뒤로 후퇴하기도, 오히려 더 전진하기도 했다. 르네상스라는 시대의 발전을 부르기도 했고 2차세계대전이라는 악몽을 겪기도 했다.

자신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지위나 재산에 상관없이 나를 남기고자 하는 이들이 많았다. 죽음이 머지않은 곳에 있다는 두려움은 화가의 붓을 빌려 나를 반추하기도, 현실에 대한 시선도 과학적이고 차가워진다. 반면 그림을 통해서라도 구원받으려는 믿음이 강해지고 맹목적이니 현실로부터 멀어지기도 한다. 무엇이 답인지, 어디가 더 나은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선택,

언제나 좋은 일이 있을 수 없고 나쁜 일이 있을 수 없다. 사람에 따라 이것은 좋을 수도 저것은 나쁠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선택이다. 빛이 어둠으로 혹은 어둠이 빛으로 될 수 있는 선택. 자, 당신의 시선은 어디를 향해 있는가.

#벌거벗은미술관 #양정무 #창비 #창작과비평 #미술 #미술에세이 #반전미술 #서평 #북리뷰 #도서협찬

뭉크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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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괴물들 - 드라큘라, 앨리스, 슈퍼맨과 그 밖의 문학 친구들
알베르토 망겔 지음, 김지현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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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끝내주는 괴물들
지은이 : 알베르토 망겔
옮긴이 : 김지현
출판사 : 현대문학

1. 괴상하게 생긴 물체.
2. 괴상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사전에서 알려주는 ‘괴물’의 정의. 첫 번째는 눈이 알려주는 즉각적 정의라면 두 번째는 눈이 만나 말을 하고 뇌가 반응하면서 알게 되는 과정적 정의라 하겠다. 이 책 속의 괴물들 대부분은 두 번째 정의에 따르지만 다른 시선으로 너를 보면 괴물보다는 영웅에 더 가까운 분위기도 있었다. 무작정 악을 벌하고 세상을 구하는 그런 보편적인 이름이 아닌,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마음들에 혼을 내고 힘을 주는?! 여기서 너를 괴물이라 함은 그들의 기준에서 벗어난, 그들 대부분이 생각하는 ‘다름’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

이와는 반대로 소극적이고 모른 척 태도로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오해를 주거나(그러면서 내가 제일 피해자라고 한다) 흔히 악마의 대명사라 불리는 그 이름이 오히려 측은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 만남을 계기로 처음을 넘어 다음이 궁금한 이야기까지, 이처럼 이름이라는 가명으로 자신의 모습을 감추다가 드디어 짜잔~ 하는 어쩌면 들켰을지도 모를 그들의 뒷모습 이 <끝내주는 괴물들>의 참모습, 궁금하다.⠀

📕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에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처럼 첫 번째 정의에 그대로 순응(?)하는 경우. 안타깝게도 그에겐 이름조차 없다. 말그대로 ‘괴물’이 이름인. 괴물의 처절함은 쏘고 때리고 찌르고…. 살갖의 고통에 대한 외적 상처보단 괴물인지 인간인지 알 수 없는 내적 상처가 더 클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이성과 감정, 사고방식을 지녔지만 겉으로는 인간의 모습이 아닌 괴물. 그럼에도 이 괴물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음은 괴물 또한 인간이랑 참 많이 닮은 이유기도 하겠지. ⠀

p.245 📖 그는 몸에 표식이 새겨진 사냥감처럼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가 결백한지, 죄를 지은 적이 있는지 물어보는 사람조차 아무도 없다. (중략) 그도 자신이 왜 미움받는지 알고 싶어 한다. 그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그의 잘못은 아니다.⠀

괴물의 상징이자 원형된 그녀 ‘키마이라(키메라)’는 억울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우리가 정상적인 것을 입증(?)하기 위해 그녀가 희생양이 된 것 같은 기분. 벨레로폰이라는 이름이 영웅이 되고 전설이 되기 위해선 그녀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아름다움이라는 눈에 의해 추함이라는 누명을 얻은 카지모도까지, 시각적 기쁨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아웃사이더가 된 안타까운 이야기들.⠀

📕 그 이름만 들었을 뿐인데…⠀

오컬트 무비에서 (그를 무찌르는) 주인공보다 더 주인공같은 ‘사탄’ 의 등장은 당연해서(?) 반가웠다. 이 끝내주는 주인공들 사이에 그가 빠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지. 혹시 세상 모든 악마들을 대표해서 나온 건가. 머리에 뿔이 달리고 뒤에는 꼬리가 달린, 그의 주변은 불꽃이 막 이글이글거릴 것만 같은 전형적임이 아니던가. 아니면 한달 전 막을 내린 어떤 작품에서도 보여줬듯이 저기 길가다 만나는 보통 사람일 수 있다. 우리와 다를게 하나도 없는. ⠀

로맨스이거나 호러이거나 ‘드라큘라’ 역시 일차원적인 면에서는 괴물에 가깝다. 그러나 그 사실마저 잊게 만드는 (어쩌면 펜이 만들어낸 환상 때문인지는 몰라도) 매력 때문에 그가 무섭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더 다가가고 싶은, 왜 무서운지 모르겠는 영원의 이름. ⠀

📕 우리도 있어요!! ⠀

페이지를 넘기면서 만나게 되는 이 다양한 모습과 사연의 인물들. 그중에는 우리에게 꽤나 친숙한 캐릭터들도 반겨주신다. 방금 위에서 언급한, 매체의 도움이 아니라도 가장 ‘괴물’에 가까운 분위기를 가진 이름들과는 반대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물음표를 자아내는 이름들도 있다. 이 책이 끌린 것은 아마도 이 의외성이 주는 극적인 만남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앨리스’ ‘파우스트’ ‘로빈슨 크루소’ ‘신드바드(신밧드)’ 등 문학사를 가뿐히 뛰어넘어 네모난 프레임 안에서도 영향력이 대단한, 소위 전세계적인 셀럽이라고 할만한 이들의 등장은 흥미 그 자체다. 우리가 생각하는 용기라는 개념에 행동까지 더해진 이름, 다양한 이름들로 어떻게든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이름, 알고보니 다시 보게 되는 이름까지. ⠀

p.65 📖 오늘날에는 영혼의 인기가 땅에 떨어진 나머지 사람들이 송유관 건설 계약이나 상원 의원석 같은 하찮은 것들을 얻기 위해 매일같이 영혼을 팔고 있으니, 메피스토펠레스의 과업은 역설적이게도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진 셈이다.⠀

특히 파우스트, 사실 그가 아닌 다른 이름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영혼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언제부터 공식같은 익숙한 그분. 혹시 책명으로 잘못 나왔나 싶었는데, 왜 그가 이 집단(?)에 속했는지 그 사연들을 읽고 나니 끄덕이게 되고 한편으론 작금의 현실에 웃프기도 하다. 파우스트의 영혼만 원했던 그의 선택이 오히려 더 순수해 보이는 기분이란.⠀

📕 아, 이런 괴물같은 매력들⠀

평범함을 거부한다. 누군가의 눈이 아닌, 나의 마음이 한 선택. 그것은 어느날 갑자기 물고기 뱃속에서 사색할 시간을 주고 스스로 추방해야 할 자유를 만끽하며 온전한 나의 시간을 만든다. 만나기 쉬운 경험이 아닌데다 ‘나라면?’ 이라는 물음에 쉬운 대답은 아니라 이렇게 활자로 너를 대리만족할 수 밖에. ⠀

📕 팁 of the 팁⠀

돈키호테의 원작자는 따로 있었다!!⠀
손오공, 저팔계 그리고 사오정 이름에 이렇게 깊은 뜻이?⠀
니체의 슈퍼맨은 그 슈퍼맨이 아니라 다른 인물?⠀

#알베르토망겔 #끝내주는괴물들 #현대문학 #가제본서평단 #책추천 #신간도서 #도서협찬 #도서지원 #도서제공⠀

📕 만약에 말이야⠀

아킬레우스가 발뒤꿈치라는 치명적 약점이 없었다면⠀
멕베스가 아닌 왕관의 주인이 레이디 멕베스였다면⠀
프로도의 모험에 샘이 동행하지 않았더라면⠀

이들을 여기서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상상에 물음표와 함께 느낌표로 마무리!!⠀

✍🏼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현대문학)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hdmhboo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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