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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레시피 - 딸에게만 알려주고 싶었던 비밀
나카가와 히데코 지음 / 이봄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60년간 프랑스요리사로 지내신 아버지가 딸에게만 주고픈 레시피라면
이건 정말 대단한 비법이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책을 열고 보니 뻔한 카레, 고로케, 돈까스덮밥,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다. 만만한 재료에 만만한 한 끼 요리가 아닌가! 수많은
나라를 돌며 주부의 요리내공을 쌓아온 나는 지중해의 맛을 기대했지만 실망이야 하면서 찬찬히 책을 읽어나갔다.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리는 이야기와 쉽고 기본적인 레시피들이 화려하지 않지만 영혼을 채워주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버지와 나를 연결하는 사랑의 요리가 되어버리고 있다. 어릴적 나의 두 아들 진품이 명품이와 함께 밀계방놀이를
추억하며 돈까스를 만들고, 아삭한 양배추에 덮밥소스를 끼얹어 먹는 돈까스 덮밥은 소스 하나의 차이로
색다른 맛이 되어버렸다. 지난 번에 늘 써니사이드 후라이 에그만 고집하던 것과 달리 오믈렛을 따라 해주었더니
별미라고 좋아하던 것처럼 이번에도 성공이다. 특급호텔요리라도 매일 먹으면 지겨울 수 있고 같은 요리라도
옆집아줌마가 해주면 또 다른 맛이 되는 것인데 이웃집 일본인 요리선생님이 어린 시절 좋아하던 음식이라면서 해주신 한끼가 되는 것이다. 늘 먹던 돈가스 소스 하나로 덮밥을 만들어 먹으며 떠올린 내가 먹은 최초의 덮밥. 90년도 일본에 가서 오야코덮밥을 먹으며 닭과 그 아이, 2대를
한 그릇에 담는 잔인한 이름에 끔찍해하다가 엄청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떠오르고 기름지고 달착지근하다고 느꼈던 일본공기의 냄새와 마늘냄새가 힘들어
한국에는 갈 수없다고 했던 홈스테이 아줌마도 동시에 떠올랐다. 그때 주신 진주는 아직도 영롱한데 건강히
질 지내고 계시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