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나 - 세르주 갱스부르와 제인 버킨, 그 사랑의 기억
베로니크 모르테뉴 지음, 이현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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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의 영역에 샤르트르와 보브와르 커플이 있고 영미대중문화에 존 레논과 오노 요코가 있다면 프렌치 쉬크의 대명사로 아방가르드한 대중예술을 이끌어간 세기의 커플 갱스부르와 제인버킨이 있다. 이 커플의 독보적인 특징은 지금 이 자리에 가져다 놓아도 모두를 열광하게 할 가장 세련된 스타일의 커플이라는 점이다. 무려 60년전. 1960년대 핫했던 커플인데도 말이다.

<두 개의 나>로 서로의 세계를 풍요롭고 단단하게 이끌어준 소울메이트 예술가 커플의 삶은 언제나 호기심을 자극하고 감각적이며 달콤하다. 스무 살 가까운 나이 차에 결혼하지 않고 함꼐 살며 아이를 낳고 오래도록 사랑한다. (딸 샤를로뜨 갱스부르) 사랑만 한다면 자유롭게 살아도 괜찮아, 남들이야 불편해 하라지. 외설이냐 예술이냐? 동성애와 근친상간, 성행위를 떠올리게 하는 메세지가 가득 담긴 예술을 앞장서서 끌고 간 용기와 힘은 역시 재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재능없는 자여 그냥 구경만하시라) 제인버킨은 몰라도 버킨백은 알고 (현재 74세인 그녀에겐 버킨백이 몇 개있을까?) 갱스부르는 몰라도 발목이 약한 그가 즐겨 신은 레페토 화이트 슈즈를 모르는 자는 없을 듯하다. 부츠컷 청바지와 뱅 헤어 자연스러운 프렌치 쉬크의 멋은 화장기 대신 강한 자의식을 입고 몽환적 눈빛에 힘을 빼야 한다. 메부리 코에 튀어나온 퀭한 황소 눈 왜소한 마른체형에 담베를 손에서 놓지않는 술과 여자를 사랑한 그를 당대를 풍미했던 아이콘여성들은 모두사랑했다. 그것은 그의 내부에 가득한 따뜻하고 세심한 여성성때문이었겠다. 나치에 쫓기는 유태인 어린 소년으로 약자의 비애, 세상의 부조리, 인간의 위선과 모순을 일찍 알아버리고 그의 예술성은 시대와 사람을 앞서 읽어내는 힘을 갖게 된 듯하다.

이 책은 갱스부르의 세계를 지탱하고 성장하게 만든 제인버킨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갱스부르는 그녀와의 만남 이전에 두 번의 결혼을 했지만 그녀와 함께 한 12년간 가장 뜨거운 삶을 살았다. 죽기 전에 함께 한 마지막 연인은 갈색의 밤부이다. 늘 그래왔듯이 예술가의 뮤즈는 젊은 여성으로 갱신된다. 그러나 갱스부르의 영혼의 조강지처는 역시 제인 버킨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이 책의 줄거리인 듯하다.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그는 사라졌고 살아있는 자만이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다. 세르주 갱스부르를 잘 알지 못한다면 무슨소리인지 알 수 없을 내용일 수도 있다. 일단 그를 모르고는 프랑스 음악과 영화 아방가르드 프렌치 문화를 알 수 없고, 일단 그를 알게 되면 그가 매력적이고 핸섬한 남자로 다시 보일 것이다. 첵을 읽기 전에 알아야 할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며 어릴 적 풍문으로 들었던 영상들을 유투브로 찾아보며 기술의 경이로움을 새삼 느꼈다. 책 속에는 영상으로는 풀어 낼 수 없는 내밀한 뒷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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