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 한 신학자의 영성 고전 읽기 한 신학자의 고전 읽기 2
김기현 지음 / 죠이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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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 묻힌 고전이라는 보화를 꺼내는 시간

 

-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를 읽고

 

나는 어쩌다 지금 이 책을 읽게 되었을까. 최근에 생긴 습관이긴 하지만 독서를 할 때마다

던지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하는 이유를 생각해봤을 때, 지금 나의 상황과 마음의 상태, 느낌 그리고 책을 고른 이유 등이 책에 대한 감상과 평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지금의 나에게 무척 시의적절하며 어쩌면 새로운 문으로 들어가게 해주는 좋은 나침반, 혹은 세르파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저자를 알게 된지는 십년 정도 되었다. 그는 나의 글쓰기

선생님이었고 여전히 어렵고 고단한 일이지만 글쓰기가 나에게 기쁨이 되게 해준 첫 선생

님이었기에 나는 그를 여전히 사부님이라고 부른다. 사는 곳에 멀어 자주 얼굴을 보는 사

이는 아니지만 틈틈이 연락을 드리고 안부를 물으며 사제의 정을 나눈다. 그리고 다행히

얼마 전에는 정말 오랜만에 함께 만나 긴 이야기를 나누며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처럼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서두에 이야기하는 것은 그의 책을 읽으며 그때의 기억

, 특히 그의 목소리가 책을 통해 들리는 듯 했고 그 기분을 더욱 느끼고자 일부러 소리

내어 책을 읽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평소 그의 말투와 표현이 생생하게 전달되었고 무엇보

다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그의 문장들이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너무나도

큰 조언과 위로 그리고 응원과 격려가 되어 내 마음에 새겨졌다. 비록 이 책은 저자가 읽은

오랜 고전들에 대한 서평이지만 내게는 그 고전을 빌어 저자가 전해주는 따뜻한 편지처럼

느껴졌다.

 

2. 이 책은 소제목과 목차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신학자이자 목회자인 그가 그동안 감명 깊게 읽고 기독교 역사에서 의미 있다고 판단한 영성 고전에 대한 서평모음집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평소 글쓰기 학교에서도 강조한다. 서평이 글쓰기의 좋은 시작이라고. 그리고 실제로 그는 서평집을 통해 작가의 발을 떼었다. 그만큼 그에게 서평이란 글쓰기에 근간이 되는 작업이며 그만큼 애정과 에너지를 쏟는다. 이 책에서도 그 마음이 물씬 느껴졌다. 더불어 지성에 대한 갈증만 가진 채 정작 독서와 글쓰기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동네 작은 과일가게 사장인 나 같은 이들도 다시금 고전과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이 책은 매력적이다. 또한 이 책을 통해서 왜 좋은 서평이 단순히 책에 대한 감상을 넘어서 새로운 창작물이자 작품이 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나의 독서력이 미천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저자의 필력과 구조를 통해 새삼 내가 알던 그분은 예상보다 더 고수였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약 20여권의 기독교 고전을 소개하고 각 고전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연관성, 또한 저자와 책의 일반적인 소개와 내용 그리고 고전이 말하고자하는 메시지와 독자들의 유익함 등을 짧지만 임팩트 있게 전달해준다. 역시 고수는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읽는 이로 하여금 충분히 알아듣게 설명해주고 나아가 책을 구매하고 읽게 만드는 힘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고전을 맛보게 해줌과 동시에 고전의 바다로 풍덩 빠지게 하는 매력, 혹은 마력이 있다.

 

3. 모든 고전이 인상 깊었고 일일이 그 고전들에 대한 나의 감상을 남기고 싶지만 단 한 작품을 고른다면 앙드레 지드의 탕자, 돌아오다란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처음 들어본 제목이기도 하며 앙드레 지드라는 인물에 대한 흥미와 애정 때문이다. 그는 좁은문, 배덕자 등 역사에 길이 남을 고전을 남긴 작가이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대문호였지만 사실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고 실제로 그의 작품도 별로 읽어본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저자의 서평을 통해 앙드레 지드라는 인물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의 작품 탕자, 돌아오다를 접하면서 저자의 고민, 그리고 나의 고민이 앙드레 지드라는 다른 시대의 인물의 고민과 연결되고 있으며 어쩌면 우리 모두와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경험했다.

 

앙드레 지드는 이 책을 통해 고향 없는 사람의 정체성을 일깨우고 고향 아닌 곳에서 살면서, 여전히 고향을 그리워하는 우리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이는 책의 저자인 앙드레 지드가 그러했고 서평을 쓴 김기현이라는 인물도 그러하며 독자인 나라는 사람도 그러하기에 우리는 시대와 국적, 환경을 뛰어넘어 나그네라는 동질성으로 하나가 되어 서로 뒤엉켰다.

 

전 생에 걸쳐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를 알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기성 종교에 대한 답답함과 회의, 그 속에서 벗어나고자 부던히도 애쓰는 모습은 작품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리고 성경에서 등장하는 탕자라는 유명한 인물을 통해 기존에 알고 있던 해석과 교훈을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그려냄으로써 그리스도인이란 어떤 과정을 거쳐 무르익는 이들인지 입체적으로 묘사해주고 있다.

 

비단 이 작품뿐이랴. 김기현 작가는 이 책 전체를 통해 고전의 입을 빌어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이란, 기독교란, 영성이란 그렇게 단순하고 천편일률적인 것이 아니라고. 이토록 다양하고 제각각의 모습들이 예수 그리스도, 그분의 십자가를 통해 이토록 아름답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힘든 세상, 고통에 버거워 하며 신의 부재를 날마다 경험하는 우리에게 다독이고 있다. 그래서 고전은 여전히 우리에게 힘이 있고 위로와 희망을 주는 보석임을 소리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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