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글쓰기 수업

퇴근길 글쓰기 수업
배학수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2월

내 버킷 리스트 중 상위에 있는 항목 중 하나는 바로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출간하고 북콘서트를 하는 일이다. 요즘은 워낙 1인 출판이니 소규모로 출판할 수 있는 길이 많아서 책을 쓰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지만 그럼에도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는 일은 너무나 꿈같은 일이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마음에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계속 미루고 있지만 내게 글쓰기는 늘 마음 한 켠에 불편한 과제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나같은 사람이 많구나’라는 웃음이 나기도 했다. 많은 직장인들이 누구나 글쓰기와 책출판을 생각하고 있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이 책을 통해 조금은 높은 산과 같은 글쓰기에 도전하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 생각하며 책을 폈다.

저자는 철학박사이자 인문학 강사이다. 그리고 글쓰기를 가르치며 글을 쓰는 글쟁이이다. 그는 책소개에서 정신의 고향을 상실한 현대인들이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으며 전문 작가들의 영역이었던 에세이가 이제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일반인들도 쉽게 쓰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는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도록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각자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쓰는 것이 에세이지만 나름의 형식과 틀은 존재하기에 좋은 문장과 문단을 쓰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일면 타당한 말이라 생각한다. 좋은 책과 글을 읽다보면 나도 내 얘기를 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나 역시 좋은 글을 읽노라면 내 이야기도 저렇게 진솔하고 담백하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도 그런 좋은 글들이 많이 실려있다.

책의 전체적인 구조는 이러하다. 첫장은 글쓰기 공부의 새로운 방법에 대해 서술하며 글쓰기가 무엇이고 좋은 문장과 문단, 그리고 에세이의 이해와 구조에 대해 말한다. 또 2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어떻게 에세이를 쓸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는데 다양한 글의 종류(설득 에세이, 비평, 영화비평, 무용비평 등)을 나열하고 각 장르에 따른 다양한 글쓰기를 보여준다. 마지막 3장은 창조적 논픽션에 대한 내용으로 스토리텔링이나 스토리의 구조, 장면 묘사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노하우를 설명해주고 있다.

책의 느낌을 말해보자면 일단 독자를 위한 배려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다양한 예문과 그 예문을 통해 나의 글쓰기의 문제점과 단점들을 잘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좋은 글이 무엇인지, 그 글을 구별하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노하우들이 가득해서 좋았다.

또한 글을 쓸 때 구조에 대해 늘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 책을 통해 구조에 대한 자신감과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글을 써보니 이전에 중구난방이던 글이 조금씩 체계를 잡아가기 시작하는 것 같아서 행복하다. (물론 이제 시작이다)

책 한권을 읽는다고 해서 갑자기 글쓰기가 엄청나게 향상되었다거나 대단한 작가가 되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물론 언젠가는 꼭 되고 싶다) 하지만 이 한걸음이 글쓰기와 출판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설 위대한 한걸음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