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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난민 - 제10회 권정생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83
표명희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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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몇 년 전, 바다에 목숨을 잃은 어린이가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 힘겹게 나라를 옮겨 다녔지만 최소한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 지대에서 놓인 아이에게는 너무도 참혹한 현실이었을 것이다. 큰 파장이 일고 난 뒤 잠시나마 난민을 향한 문턱을 낮췄지만 그들을 향한 시선은 지구에서 사는 타인일 뿐이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한민족이라는 큰 틀 안에서 정부에서도 공식적으로 난민으로 인정해주는 경우는 희박하다. 우리나라 인천 공항 근처를 배경으로 이들의 고뇌와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있는 소설, ≪어느 날 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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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
저는, 난민입니다. 국적은 없지만 한국인이에요.
공항에 입국하면 유령공간이라고 ‘송환 대기실’에 놓인다. 해나는 누군가에게 햄버거를 전달 받지만 그곳은 유령공간이자 임시 감옥이다. 송환 대기실에서 난민 신청소로 넘어가게 되면 임시 감옥에서 임시 거주지로 옮겨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난민은 잼재적 테러리스트! 세금 갉아먹는 불청객’ ‘난민위한 난상복지 주민들은 난감&황당’ 해나와 민이는 창 밖에 난민센터를 반대하는 구호를 보게 되는데 그 마음은 편치 않다.
어느 때보다 잔인한 4월의 시작이다. 어느 곳 하나 정착할 곳 없는 그에게 허경사와 진소장, 김주임이 건네주는 손은 그들에게 든든한 역할을 해준다. 진소장과 김주임은 대학교 시절의 인연으로 난민 캠프를 꾸려나갔고, 이 곳에 특별한 사연을 가진 난민들이 입소하고 다양한 난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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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0
‘한글 첫걸음’시간이었다. 민은 한글 쓰기가 꼭 큐브 맞추기 놀이 같다고 생각했다. 가로세로, 위아래로 자음과 모음이 만나 글자를 이루는 것이다. 신기했다. 선생은 이 신기한 글자를 s가 만들었는지도 말해 주었다.
- 왕이 만들었어요. 킹 세종. 세종 대왕.
반대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기 위해 난민보호센터에서 ‘난민’이라는 대체하기 위해 외국인지원캠프라고 이름을 고쳐 보기도 한다. 조금씩 캠프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이내 사람 냄새 나는 곳이 되어갔다. 특히 한글을 못했던 찬드라가 한국말을 배워나가는 노력은 왠지 모를 울컥하는 감정을 전달해주기도 한다.
갯벌에서 시작했던 이야기는 다시 갯벌에서 마친다. 그리고 대부분 우리는 태어났던 나라에서 다시 마지막을 마치게 된다. 당연한 것 같은 과정이 난민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p.161
찬드라는 한 번 더 소리를 시도해 보았다. “킹 세 종.”
여전히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안 녕 하 세 요. 사 랑 해 요.”
말은 가스과 머릿속에서만 맴돌았다.
그녀는 거울을 다시 엎어 놓았다. 한껏 품었떤 기대와 희망도 내려놓았다.
나라에서 태어나면 누구나 공평하게 대우 받아야 할 것이 있고 헌법에 적시되어 있다. 하지만 나라 없는 난민들에게 최소한에 받아야 할 대우는 누가 보장해주고 있는 것일까? “이 지구별 위에서 인간은 이래저래 난민일 수 밖에 없어“라는 책 속의 문장이 주는 의미는 깊이 해석될 수 밖에 없다. 적적하지만 가슴 뭉클해지는 소설, ≪어느 날 난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