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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시선 - 우리 산문 다시 읽고 새로 쓰다
송혁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2월
평점 :
품절
옛글에서 뽑아낸 다양한 삶의 순간들
옛 문장을 읽으면 깊이가 느껴진다. 지금의 에세이에 담긴 글들은 내 마음을 살포시 어루어 달래주지만 고전 에세이라 말할 수 있는 옛글은 읽으면 속담과는 또 다른 교훈이 담겨있다. 그렇지만 쉽게 읽기 쉽지 않다. 배경지식이 없이 글을 받아들이기에 어렵다. 이런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책, 24편의 우리 한문 산문을 쉽게 해석해 울림을 전달해주는 <고전의 시선>이 있어 소개한다.
고전 산문을 많이 읽었던 기억은 학창시절이다. 수능을 준비하기 위해서 문학, 비문학을 공부했고 매일 1문장씩 3문제 정도씩 문장을 읽었다. 어느 순간 인문고전을 읽다 너무나도 좋은 문장을 만난다. 길어야 a4 용지 한 장 내지 두 장 분량의 글이 한 권 이상의 가르침을 줄때면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깊이 있는 통찰력이 엿보이는 고전의 시선을 보면서 이미 고전에 빠져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책은 정치, 권력, 사랑, 삶에서 엿보아야 할 주제로 좋은 글로 담겨있다. 본격적으로 고전 산문이 다뤄지기 전에 배경 지식을 전해준다. 이 후 고전을 읽었을 때 글은 쉽고 재밌게 읽혀진다. 이 후 글을 쓴 사람의 일대기를 통해 한 번 더 글이 가지는 가치를 생각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p.15
얽매이지 않고 작은 가치들을 따뜻하게 돌아볼 수 있는 넉넉한 마음, 그리고 가만히 그 자리에 늘 있어온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밝은 눈이 필요하다. 그런 시선을 가지기 위해 소를 타고 다닐 수 없다면 느릿느릿 인문고전 읽는 즐거움을 맛볼 일이다.
고전의 묘미는 바로 넉넉한 마음, 천천히 읽는 즐거움이다. 빠름만을 강조하는 세태에서 잠시나마 휴식과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글 역시 스쳐 지나가듯 한다면 고전의 시선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깊이와 즐거움을 맛보려고 평상시보다 느릿느릿 읽으려고 했다.
p.53
우리의 기쁨은 대개 무언가 바라던 것을 손에 얻었을 때 주어지지만, 문제는 그 기쁨이 지속되지 못하는데 있다. 얻기 전에는 없어서는 안 될 것처럼 노심초사 근심하던 대상임에도, 막상 내 것이 되고 보면 그 기쁨도 잠시뿐, 마치 원래부터 나에게 있던 것처럼 당연시한다. 그러고는 점차 그것이 없는 삶이란 애초에 불가능하기라도 한 것처럼 잃어버릴까봐 전전긍긍 근심하게 된다.
물건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나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판에 민감하다. 가져가는 것, 갖고 있는 것에는 기쁨을 느끼지만 언젠가 잃어버릴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 하나만 생각하고 둘은 생각 못한 삶이지 않았을까. 때론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고, 남의 말에 현혹되기도 한다. 같은 말을 두고 말이라고 하면 별로라고 생각했을 것을 당나귀라면, 왜에서 난 것이라면 더 좋아보이게 여기는 풍토를 비꼰 사례에서 때론 나의 삶의 태도는 어땠나 반성 하게 된다.
p.187
큰 뱀일수록 더 큰 해악을 끼칠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다들 큰 뱀은 왠지 앙갚음이 있지 않을까 두려워 그냥 놓아주고 만만한 작은 뱀만 잡아 죽인다. (중략)
작은 악은 가차없이 처벌되는데 정작 큰 악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처벌을 피해가는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비일비재하다. 선과 악의 가치만이 아니라 힘의 강하고 약함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최근 전직 대통령이 두 명이나 구속되면서 씁쓸한 역사를 기록하게 되었다. 아직 유죄가 판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측근들과 많은 증거들이 그들의 유죄를 말하고 있지만 나는 아니고 측근들의 실수라고 말하는 꼬리 자르기 수사는 여전하다.
재판을 지켜보는 과정 또한 이상하다. 일반인이었으면 누가 봐도 혐의가 적용 되었을텐데 높으신 분들이라 왠만한 증거가 아니고서는 입증하기 어려운 것일까? 최근 삼성 이재용의 대법원 판결을 보면 그 씁쓸한 뒷맛을 감출 수 없다. 같은 악이라도 큰 악과 작은 악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인가? 읽는 내내 개인, 사회, 나라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