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철학

공부의 철학 - 깊은 공부, 진짜 공부를 위한 첫걸음
지바 마사야 지음, 박제이 옮김 / 책세상 / 2018년 3월

깊은 공부를 위한 첫 걸음, 공부는 덧셈이 아니라 상실이다.

‘공부’는 본인에게 어떠한 의미인가?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정답을 맞추기 위한 ‘공부’일수도 있고, 암묵지 형태의 몰랐던 지식을 알아가는 ‘공부’가 될 수도 있다. 공부의 목적은 다를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더함’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바보가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책이 있다. 공부는 획득이 아니라 상실이다. ≪공부의 철학≫에서 깊은 공부란 어떤 것인지 공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져보자.

공부에 대해 철학적인 접근을 해보고자 한다. ‘나’는 본인에게 어떠한 의미인가? 본래 본인이란 없을 수 있다. 부모님의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 타자에 의해 영향을 받고 살아가는 것이 ‘나’이다. 타자에 의해 만들어지고 아무리 벗겨도 결국 홀연히 남은 내가 아닌 옷을 입은 ‘나’를 만날 수 밖에 없다.

그중에서 ‘언어’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사고하는가를 뿌리부터 ‘세뇌’받고 타인에게 영향을 받는 것에서 ‘언어’를 매개로 받게 된다. 만져지는 물질은 아니지만 우리 삶을 강력하게 지배하는 것이 ‘언어’이다.

우리를 얽매이고 있는 것이 인간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언어’이고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언어’를 공부해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한다. (‘언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모국어, 외국어를 배우는 언어학 측면은 아니다.) 깊게 공부한다는 것은 곧 언어 편중적 인간이 되는 것이고, 언어 편중적 인간이 되는 것은 언어유희의 힘을 해방시키는 일이 된다.

공부를 하는데 끝이 없다. 공부를 하다보면 무한히 넓어짐을 알 수 있는데 적정 수준에서 끝마칠 수 있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다. 공부의 영역을 좁혀서 공부를 유한화가 필요하고 해야 한다. 일정한 수준, 적당한 수준에서 일단락 지어야 다음 공부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유한화할 수 있을까? 책은 그 방법 또한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다. 처음부터 어렵게 공부한다면 이해도 안 되지만 흥미도 떨어질 수 있다. 입문서, 교과서, 기본서 순으로 읽기를 권한다. 요즘 친절히 잘 설명된 입문서가 많다. 편항된 시선을 가지지 않게 여러 권의 입문서를 읽어나가고 기본서라고 불리는 책을 사전처럼 필요할 때 찾는다.

애초에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통독은 불가능하고 완벽한 책 읽기를 할 수 없다. 모르는 단어 하나하나에 집착하지 않고 읽어나가되 A권에 의해 영향을 받은 B권, A권과 C권간의 대립 등 책의 지도를 넓혀가고 숲을 만들어가는 공부를 해나가면 된다.

이 책은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논의에 뿌리 두고 있다. 코드를 의심하고 비판하는 ‘츳코미’, 코드에서 어긋나려고 애쓰는 ‘보케’ 등 다양한 단어가 나오고 어려운 문장도 많아 결코 이해하는데 쉽지 않다. 입문서와 교과서 사이에 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책.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는 실천을 하면서 읽었다.

틀의 구조로 하여 자신의 체감으로 끌어당기지 않고 읽었다. 책의 표현을 따르자면 어떤 텍스트를 ‘텍스트 내재적’으로 읽어나갔다.

책을 읽은 느낌을 표현하자면 어렵다.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동기부여와 그 방법을 말해주는 기존의 책들이었다면 철학적 접근으로 공부를 해석한 이 책의 방식은 참신했지만 정말 어려웠다. 그래도 읽어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 평생 공부를 하면서 성장해야 할 우리 삶에서 근본적인 이유에 조금 더 다가가볼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