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야스, 에도를 세우다

이에야스, 에도를 세우다
가도이 요시노부 지음, 임경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2월

에도 건설이라는 위업의 역사를 그리다.

한 나라를 세우는데 필요한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흔히 말하는 국가의 3요소가 있다. ‘영토, 주권, 국민’이다. 가장 중요한 어느 하나를 고를 순 없지만 3가지 요소 중 ‘영토’는 그 나라가 발전해가는 과정을 표면적으로 제일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 일본 에도를 배경으로 도시가 어떻게 생겨가는 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역사 소설 ≪이에야스, 에도를 세우다≫가 있다.

역사를 재밌게 보는 여러 가지가 있다. 역사 드라마와 영화, 다큐멘터리가 있지만 소설를 읽을 때 또 다른 묘미를 준다. 이 책의 저자 가도이 요시노부는 역사 소설을 잘 짓는 작가이다. 특히 이 책은 일본의 권위있는 상 ‘나오키상’을 수상했고 주간아사히가 뽑은 최고의 역사소설 best10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작품성을 가진 책이다.

우리가 너무 잘 아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등장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과 연결되어 있는 역사 속 인물은 즐거운 반가움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 시대에 강력한 유력자이었기 때문에 일본 내 그의 위상에 대해 느낀다. 도요토미는 ‘에도’라는 계획 도시를 건설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운다. 이 때 또 다른 유력자인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등장하고 그에게 영지를 교체할 것을 제안한다.

이에야스는 여러 가지 성 중에서 ‘에도’성을 택한다. 그리고 강줄기를 바꾸는 공사, 정지 작업부터 시작하게 되고 ‘이나 다다쓰구’를 택한다. 조용하고 추진력 없어 보이는 그를 선택하는 것을 두고 많은 반대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소심함이 용기보다 때로 용감할 수 있다고 선택의 이유를 말하는 이에야스. 다다쓰구는 자신의 능력을 숨겨왔고 이에야스는 이를 알고 있었다.

책은 단순히 새로운 도시를 건설해나가는 과정 외에도 그 안에 인물과 인물 관계, 인물의 성격 등이 잘 결합된 구성을 가지고 있다.

p.67-68

땅이 흔들리고 물이 튀어올랐다. 통나무는 공중에 흩어졌다 떨어지며 히타치강으로 빨려 들어갔다. 히타치강의 잔잔하고 파란 수면에 마치 바늘을 꽂아놓은 것처럼 붉은 수면이 잠식해갔다. 

(중략) 히타치강의 파란 수면을 바라보았다. 붉은 기운은 더 이상 퍼지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합류에 성공한 것 같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일거에 엄청난 물거품이 일더니 마치 만 명이 수중에서 사살된 것처럼 붉은 기운이 크게 솟아올랐다. 히타치강 가운데까지 흘러가 파란 물과 섞이더니 이내 붉은 색은 사라져버렸다. “이제 됐다.”

강줄기를 바꾸는 공사부터 화폐, 식수, 성벽, 천수각을 올리는 공사까지 그 과정을 잘 담아냈다. 그 과정 속에 만들어내는 장인들의 노고, 마음가짐이 잘 담겨 있고 만들어내는 과정을 색채감 있게 잘 표현했다.

p.367

등을 둥글게 말고 더 이상 김이 나지 않는 차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나머지 반은 미래가 아니고 과거다.”

“과거요?”

“흰색은 탄생의 색일 뿐만 아니라 죽음의 색이기도 하다.”

(중략)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나는 그것을 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의 내가 있는 건 무수히 죽은 사람들 덕분이니까.”

결국 무모할 것 같았던 에도 도시는 건설됐다. 에도성의 천수각도 세워졌고 이는 일본의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표준이 되었다.

과거에 한양 천도가 있었고, 헌법재판소에 갈 정도로 우리나라 수도에 대해 많은 의견 대립도 있었다. 그래서일까 도시 건설에 대한 면을 깊고, 달리 바라보는 계기를 이 책이 만들어주었다. 단순히 새로운 건물, 도시를 만드느냐가 아니라 다양한 가치, 의미, 사상이 들어가야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도시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에 수도를 명문화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진행중이라고 한다. 이 책의 재미와 더불어 시의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전달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