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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홀했던 것들 - 완전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완전한 위로
흔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평점 :

지금 이 순간 행복합시다. 내일은 멀어요.
완전하지 못한 존재가 있다. 마음은 아직 여려 작은 상황에도 흔들리고 매번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지 고민하는 ‘청춘’이다. 냉소적인 사회에서 ‘힘들지’ ‘고맙다’라는 말 한마디에 느껴지는 진심은 또 다른 희망을 전달해줄지 모른다.
소소한 그런 진심이 담긴 책《내가 소홀했던 것들》이 있다.
p.26 [순간을 소중히]
오늘 하루도 가고, 내일도 슬그머니 온다. 이런 반복된 일상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하나다. 시간이 오래 흐른 뒤에도 마음에 남아 있을 만한 순간을 만들기.
이전에는 소홀했으나 앞으로는 소홀해지지 않기로 한다. 사람, 사랑, 말, 사과 한마디 모두 지나가서 생각해보면 쉽게 말했고 소홀했다. 하지만 가까이 있는 것일수록 소중히 해야한다. 어쩌면 시간도 그런 것 같다. 너무 시간이 가지 않아 시간을 떼우는 경우도 있지만 그 시간도 어쩌면 돌아오지 않는 소중히 했어야 할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모든 순간, 지금 이 순간부터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p.29 [인생 최고의 순간]
인생 최고의 순간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20대가 아름다운 시기지.’ ‘아니, 30대부터가 진정한 삶이야.’ 하지만 현재가 불안하고 힘든 나는 그 말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내가 정말 꽃다운 나이고, 그 자체로 아름다운 시기를 살고 있는 거라면 왜 나는 계속되는 걱정에 잠도 편하게 들 수 없는 걸까.
어른들은 청춘이 좋다고 말한다. 누구든 겪었을 시기인데 과거라면 어떻게 했을텐데 후회 섞인 자조적인 말을 많이 한다. 그 시기를 겪는 정작 본인은 모르겠다. 지금도 나는 너무 불안한데 지금 이 때가 좋다고 한다고 하니 미래는 불안해진다. 어릴 때는 어른이 정말로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라는 부담감이 그 기대보다 더 큰 것 같다. 다시 시간을 되돌렸으면. 확실한 건 과거는 돌아갈 수 없고 지금 나는 다른 어른들이 부러워하는 돌아가고 싶은 시기에 있다는 것이다.

p.55 [첫눈]
청춘은 너무 여리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걸. 내리는 눈처럼 부서지기 쉽고 또 금방 녹기도 하겠지만 존재 자체로 설레는. 눈과 청춘은 참 많이 닮아 있어.
저자와 묘한 공감을 이뤘다. 남자라는 점, 글을 좋아하는 점, 컴퓨터 공학과 계열을 나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삶을 살아가는 마음가짐 또한 비슷했다. 모르는 미래를 살아가는 건 두렵지만 타인이 만드는 미래가 아닌 내가 만드는 미래가 되어야 한다는 점, 미래를 위해 살아가는 게 아닌 오늘을 위한 삶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학을 전공하면서 답이 명확하는 점은 좋았으나 오히려 두루뭉술하지만 열린 답이 있는 것이 더 좋았다. 삶이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각자의 답이 있는 것이니까.
p.181 [집]
각박한 세상으로 도피하는 곳. 지친 마음을 둘 수 있는 안식처 같았던 집이라는 존재가 불편해지는 순간은 밖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버금가는 숨 막히는 눈치를 주고 협소해진 마음의 여유마저 빼앗아갈 때.
무작정 밝지만은 않은 에세이이다. 그렇지만 상대방에게 강요하지 말고 적당히 만족하면서 살아가고 조금은 다른 사람 신경에서 벗어나 나다움으로 살아가는 것을 말하는 작가의 말에 깊은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다. 터벅터벅 걸어가는 청춘에게 이 책이 잔잔한 울림을 전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