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바른 나쁜 인간 - 도덕은 21세기에도 쓸모 있는가
이든 콜린즈워스 지음, 한진영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왜 인간은 스스로를 도덕적이라고 착각할까?


자라면서 도덕적으로 살아오라고 많이 들었다. 특히 도덕, 윤리 과목을 통해서 정의를 배웠고 도덕적 기준에 부합하는가는 아닌가는 중요한 행동 근거가 되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을 때에도 양심이라는 이름으로 최대한 옳을 것 같은 행동을 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내가 좋은 인간인지 나쁜 인간인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스스로를 도덕적으로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예의바른 나쁜인간≫을 통해 도덕적인 삶이란 무엇이고 나 또한 도덕적이었는가에 대해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본다.


p.16

비도덕적 행동이 분명히 정해져 있었고, 나쁜 행동을 한 사람은 오랫동안 가혹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명확한 윤리적 행동의 경계가 흐려진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지도자들이 갈수록 존경심을 잃는데도 국민은 그들의 나쁜 행동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며 용인하고, 금융권에서는 월가가 부를 독차지하는 풍토가 만연한데도 무엇이 부정행위이고 거짓말이고 절도인지 규정하기 어려워졌다. 


윤리적 행동에 절대적인 기준이 있을까? 책에 도덕적, 윤리적인 말에 몇 줄로 정의되어 있지만 우리가 사는 일상에서 그런 절대적인 기준이 꼭 통용되는 것 같지는 않다. 윤리적으로 사냐, 아니면 윤리적인 부분을 다소 어기더라도 융통성 있게 살아야 하는가. 너무 도덕적인 것, 윤리적인 것을 따르다보면 순리적이다 는 말을 듣고 융통성이 없다고 듣는다. 법을 어기는 것, 법을 위반하지 않는 그 사이에 선에서 윤리적인 부분을 넘더라도 다소 편하게 살기 위해 쉬운 판단을 하는 것 같다. 책에도 언급된 부분으로 도덕성에 관해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너무 도덕적으로 살지 마라. 그러면 삶의 풍부함을 만끽하지 못할 수도 있다.” 왠지 이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p.53

단어는 짧지만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가 똑같다고 생각하는 단어는 사실 의미가 다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규범’과 ‘도덕’과 ‘윤리’는 각각 정의가 다르다. 더 나아가 각각의 정의는 나머지 두 단어의 정의와 상충할 수도 있다.


도덕에 정의를 어떻게 내릴 수도 있는 것은 어쩌면 정의내릴 수도 없을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나라마다, 그 환경마다 다 달라진다. 얼마 전, 낙태와 관련된 법에 대해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과거와 달라진 부분을 봐도 그렇다. 도덕적 관점에서 절대주의, 상대주의가 있다면 저자처럼 절대주의가 있었다고 믿었던 나는 더욱 더 포괄적으로 많은 부분까지 넓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며 절대 쉽지 않은 정의라 느낀다.


사람들은 자신이 선량하고 윤리적이라고 많이 생각한다. 실제 자신과 남의 윤리적 행동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여준 설문조사가 이런 모습을 잘 나타낸다. 착각하는 부분 중 하나가 우리는 선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타인을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기적 유전자 이론에 따르면 트리버스는 사람들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유는 타인의 행복이 아닌 보답을 바라는 이기심 때문이라고 한다. 정치, 불륜, 과학기술 등 다양한 파트에서 쉽게 쓰인 도덕과 양심에 대해 왜 그런 행동을 만들었는지 스스로를 생각해보게 된다.


p.308

중동에서는 수단과 목적의 간극이 험악한 상처처럼 크게 벌어져 있고, 소셜미디어에서는 극단주의가 성행한다. 그들은 이런 현실에서 오늘날의 세계는 차악의 선택지밖에 없다고 본다. (중략) 그 난제란 분명한 도덕과 윤리를 고수하면서도 도덕적, 윤리적, 종교적 체계가 전혀 다른 사회가 있다는 현실과 타협하는 일이다.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보기 위해 우리는 눈앞의 거울에서 시선을 돌려 다른 진실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직시해야 한다.


도덕적으로 살면 결국 남는 것이 없다. 이렇듯 도덕은 개인의 이익과 대척점에 놓여 있는 걸까? 도덕적이면 결국 개인적 이익을 포기하는 부분이 생기는 걸까? 이러한 대척점에서 더욱 밀접해지고 빨라진 관계가 된 21세기에서 도덕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책에 있는 여러 사례를 통해 과연 나의 도덕적 기준은 무엇이고 그 지렛대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생각하면서 읽게 된 책이다. 그래서 그런가. 한 번 더 나중에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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