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든든한 내 편이던
박애희 지음 / 걷는나무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잠이 오지 않는 밤, 하루의 무게를 감당하며 오늘을 보낸 당신에게 건네는 위로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부터 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드라마가 기억을 더듬어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할 때면 더욱 더 어머니의 생각은 더욱 커진다.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은 그런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더욱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방송 작가인 박애희 작가가 쓴 이 책은 추운 겨울 날,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전해주면서 마음 속 온도를 따스히 높여줄 것이다.
p.31
자식을 키우고 보니, 부모는 자식 앞에서 한없는 약자란 생각이 든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약자니까. 엄마도 그랬을 것이다. 화난 마음이 가라앉기도 전에 속상할 딸의 마음이 더 신경 쓰이는 것. 자신의 분노보다 아이가 받았을 상처가 더 쓰린 것. 그게 부모고 엄마다. 그래서 엄마들은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며 속사포처럼 쏟아 내다가도 이내 돌아서서 속엣말을 한다. 화내서 미안하다고.
흔히 부모님은 자식을 이기지 못한다고 한다. 나 역시 그랬다. 어릴 때는 크게 사고치는 것 없이 학교에서 하라는 대로,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잘 성장하고 컸다. 그렇게 말을 잘 듣는 아들이었지만 취직할 무렵, 부모님과의 큰 갈등이 생겼다. 당연히 이해하지 못하셨다. 오히려 무슨 바람이 들었을까 걱정을 많이 하셨을 것 같다. 한 번의 말대꾸도 하지 않았던 아이가 말 대꾸를 하기 시작했고 부모님은 그럴수록 더 이해하지 못하셨다. 고집을 꺾지 않은 나를 두고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말하셨지만 결국은 걱정된 마음에 독립할 때 혼자 살 때 부족한 게 없을 정도로 모든 걸 다 챙겨주신 부모님이었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은 다 그런 것일까?
p.47
남편을 만나기 전 몇 번의 연애를 했지만 그때까지 한 번도 엄마에게 내 연애에 관해 얘기한 적이 없다. 물론 남자 친구들 얼굴도 보여 주지 않았다. 내 사생활에 대해서는 조금의 간섭도 받기 싫은 결벽증 같은 게 있었다. 부끄럽기도 했고.
부모님에게 웬만한 건 솔직했지만 (힘든 걸 얘기한 것 빼고) 연애에 대해 얘기한 적이 별로 없다. 저자도 그랬던 것일까. 왠지 말했지 말했다간 걱정하시고 말 그대로 간섭 같은게 이뤄질까봐 싫어서 말했다. 세상의 모든 자식들은 다 그런 것일까?
p.135
나는 부모님이 나 때문에 상처받을 거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부모님에게 상처를 받았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어도. 사랑하는 만큼 부모한테 잘하는 딸이라고 믿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중략) 아빠의 마음은 돌아보지 않은 채 잘한 일만 내세우며 떠들었다. 잘못한 일도 많겠지만 그런 기억 따위는 잊은 지 오래였다. (중략) “나는 너한테 상처 안 받는 줄 아냐?”
명절이 다가오고, 이 책을 읽을수록 부모님을 더욱 생각하게 했다. 드라마 작가, 라디오 작가인만큼 그 글이 조금 더 서정적인 마음으로 잘 다가왔다. 불과 얼마 되지 않아 있었던 부모님과의 좋았던 날들, 안 좋았던 날들이 생각나게 하고 그럴수록 더욱 만날 수 있는 명절이 기다려지게 만든다.
p.243
엄마와 내가 나눌 수 없는 시간을 지나오며 조금은 서러웠고 때로는 외로웠다. 하지만 나는 하나씩 배워 나가는 것도 같다. 부모를 잃는다는 것은, 칭찬과 보살핌을 바라며 응석을 부리던 아이의 마음을 보내고, 누군가 없이도 스스로를 사랑하고 지키는 법을 다시 한 번 깨우치는 일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나는 홀로서기의 시간을 통해, 어른다운 어른으로, 한 사람의 엄마로, 오늘도 성장하는 중이다.
언젠가 나도 부모님의 입장이 되겠지. 흔히 부모의 마음은 부모가 되어야 이해한다고 한다. 과연 나는 얼마만큼 훌륭한 자식이었냐고 말했을 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자식 된 도리로 조금 더 부모님에게 잘해야지, 안부도 알려드려야지 하는 생각, 어머니의 사랑을 느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