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남긴 증오
앤지 토머스 지음, 공민희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이 당신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면,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어서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시하거나 차별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와 다름은 곧 틀림이 되어 증오가 되고 경멸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을 여러 번 목격한다. 다름을 이해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것은 어려운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침 받았고 살아왔지만 오히려 어른인 그들이 실천하지 못하고 세상을 구분 짓는 불편한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당신이 남긴 증오≫를 읽으면서 얼마나 마음이 불편하였는가?


p.31

그는 비명을 지르고 싶은 사람처럼 입을 벌렸다. 난 우리 두 사람 몫으로 충분한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안 돼.” 그 말 밖에 모르는 한 살짜리가 된 듯 내 입에서 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중략) 엄마는 누가 총에 맞으면 지혈을 하라고 했지만 피가 너무 많이 났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안 돼. 안 돼.” 칼릴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날 쳐다보지도 않았다. 몸이 굳어지면서 그는 떠났다. 그가 하느님을 만났기를.


리치라는 아이는 경찰에게서 끔찍한 죽음을 목격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흑인이라는 이유에서 시민들을 지켜야 할 경찰이 살인을 저지른다. 놀라운 건 그 이후 경찰의 태도이다. 본인이 하지 않았다고 뻔뻔하게 말하면서 계속되는 법정 공방을 이어간다.


p.109

“1-15가 그를 죽였어요.” 내가 말했다. “그리고 칼릴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어요. 얼마나 더 큰 그림이 필요한가요?” 15분 뒤 엄마와 경찰서를 나왔다. 우리 둘 다 알았다.

이 일이 말도 안 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거라는 걸.


우리나라 안에서는 인종차별 크게 없다고 하지만 간간히 피부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아직 존재하는 듯하다. 그러면서 동양인을 비하하는 눈을 찢는 행태를 보여주는 외국인에 분노하고는 하는데 같은 사람인데도 왜 우리는 서로를 싫어하고 하는 부분일까. 아이의 시선은 거짓됨 없이 떳떳하게 그 상황을 증언한다. 하지만 아이의 이야기라는 이유일까. 아이의 말 보다는 어른들의 말, 1-15의 말을 더 믿으려고 하는 듯 하다.


p.176

진실이 날 덮치며 목구멍으로 단단한 혹 같은 것이 올라왔다.

“그래서 사람들이 큰 목소리를 내는 거죠? 우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이 없으니까요.”

“그렇단다. 우린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그럼 저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네요.”

아빠는 가만히 날 쳐다보았다.


리치는 구토까지 하면서 힘든 상황을 증언한다. 있는 그대로 말할 뿐인데 정작 그 모습은 용기있는 행동처럼 비춰진다. 아버지는 갈등하고 있다. 말을 해서 바뀔 것은 없으니 무의미할 행동보단 조용히 있는 것이 나은 것인가?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으니 행동해야 하는 것일까? 거대한 어떤 것에 타협에 늘 속삭이는 우리의 문제일 수도 있다.


p.448

옛날 옛날에 헤이즐넛 눈동자에 보조개가 매력적인 소년이 있었다. 난 그를 칼릴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폭력배라고 불렀다. 그는 길지 않은 생을 살았고 내 남은 평생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 할 거다. 동화냐고? 아니. 하지만 난 더 나은 결말을 만드는 일을 포기하지 않을 거다.


읽는 내내 먹먹하다. 밝은 환경에서 자라야 할 아이가 마음의 아픈 상처와 증오를 이미 안은 채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하지만 어른과 달리 타협이란 것 없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목소리를 더욱 높일 것이라는 말에 여러 가지 시사 하는 부분이 많다. 과연 이 책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본인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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