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잠시 멈춤 - 나를 위해 살아가기로 결심한 여자들을 위하여
마리나 벤저민 지음, 이은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이제는 더 멀리 보면서 인생의 다음 단계에 대해 생각하려 한다.

 

흘러가는 시간은 저 멀리 흘러간 세월이 되었다. 돌이켜보고 싶지만 그 때 뿐, 다시 지금의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특히나 나이가 먹을수록 시간은 더 빨리 흘러간다고 한다. 마음은 늘 지금의 청춘이었는데 어느덧 중년이 되었다. 아직 나는 중년의 나이는 되지 않았지만 그 때의 마음을 느끼고 싶었고 부모님의 마음을 읽고 싶었다. ≪중년, 잠시 멈춤≫은 그런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p.15

수선화는 산들바람에 흔들리고, 햇빛은 화사하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그런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려온다. 달과 조수의 흐름에 따라 한 달마다 주기에 속박 받는 내 인생의 시간은 끝났다. 그러니 봄은 이제 나와 어울리는 계절이 아니다.

 

책은 중년 중에서도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다. 한창 밝고 화사한 날을 회상하면서 그 때의 청춘을 추억한다. 결혼하면서, 아이를 낳으면서 흘러온 중년의 시간은 마치 끝난 것처럼 느낀다. 그런 마음들이 고스란히 마리나 벤저민은 중년의 담담한 마음을 글로 풀어냈고 분위기는 내내 무덤덤하다.

 

어린 딸이 이제는 커서 본인과 대조되는 대목은 슬프다. 사랑하는 딸이지만 딸은 이제 날아가지만 본인은 이제 밀린 것 같이 느껴진다. 중년이란 삶의 중간점을 넘어서는 게 아니라 꺾이는 지점과 같이 느껴져 마음이 아프다.

 

p.89

중년이란 말이 부정적으로 변한 것은 1920년대 대량생산과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관리법’이 대두하면서부터였다. 이때부터 젊음과 높은 생산성을 중년과 효율성 감소를 연관 짓는 인식이 두드러졌다.

 

언제부턴가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중년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생겨난 듯하다. 폐경기부터 달라진 호르몬의 영향으로 바라보는 외부 환경이나 스스로 생각하는 내부의 마음은 좋음보다 나쁨이 더 많아 보인다. 뺄셈만이 있는 세월이란 표현은 중년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지 조금 더 확실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중년이 근사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삶과 죽음의 두 가지 모습을 갖고 있기에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말. ‘찰나의 순간을 사이에 두고, 활짝 피었을 때의 아름다움을 여전히 간직한 동시에 막 스러지기 시작한 모습도 갖고 있다’는 표현에서 한 가지의 매력이 아닌 여러 가지 분위기를 품은 중년이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p.203

내가 기꺼이 포기한 것은 젊은이들의 끝없는 야망 외에 또 있다. 표피적인 성공, 성적 매력, 최상의 몸을 비롯해서 많은 것들을 포기했다. 중년이 되고 그런 것들에 대한 미련을 좀 더 많이 던져 버리게 되었다. 또한 좀 더 현실적이 되었다. (중략) 하지만 내 욕망은 더 적어졌고, 내 창고는 더 풍요로워졌다. 나는 전보다 더욱 더 깊어진 내 경험과 전문적 식견을 믿는다. 그리고 이제는 내 한계를 좀 더 잘 안다.

 

나이를 먹는 것은 많은 것을 취하기보다 덜어내고, 때로는 포기하면서 덕지덕지 붙어있는 삶을 가볍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나다운 모습을 찾고 살아가기 위해 깊어가는 중년의 과정은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어머니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지, 중년의 나의 마음은 어떤 마음인지 조금 더 바라보고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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