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도 아닌데 예뻐서 - 일상, 그리고 쓰다
박조건형.김비 지음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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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는 거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우리가 살고 있다.

 

우리는 누군가의 아들딸이자 부모님이자 곧 부모님이 될 사람일 수도 있다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하며 사는 일평범한 것 같은 일상 같아도 사랑과 행복을 찾아가는 삶 자체가 결코 평범하지 않다별것도 아니지만 자세히 바라보면 예쁜 것별것도 아닌데 예뻐서은 소소한 행복을 찾아주는 그런 에세이다.

 

p.59

결혼반지 대신 커플 문신을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은 내가 한 것이었다그는 가난한 노동자나는 생계조차 유지하기 힘든 가난한 소설가우리에게 몇 백몇 천을 들이는 결혼식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이와 글을 쓰는 이두 명의 저자는 그림과 글을 통해서 서로의 사랑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삶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그들의 직업은 특별할지 몰라도 자신들만의 사랑자신들만의 징표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부인을 짝지라고 말하면서 가난한 예술가 부부가 만들어가고 있는 소박한 일상은 평범한 들꽃과 같다.

 

p.110

주전가 기름때 빼기몇 가지 반찬으로 간단하게 차려진 밥상머리 깎기화장실 비데를 설치하는 이야기 등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이야기에 웃음이 그려진다


매번 반복될 수 있는 하루의 이야기지만 그림과 글로 통해서 그려진 이야기는 평범하지 않다화장실 그림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짝지의 머리카락과 같은 재미도 숨겨져 있다순간의 상황을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나타내고 그림 역시 잘 그려진 그림은 아닐지라도 귀엽고 투박하게 그려진 그림은 이상하리만큼 정이 간다.

 

p.147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책방 골목을 그리고 싶어서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1시간 일찍 와서 그림을 그렸다복잡한 것들도 하나하나 따라가며 그리면 그림이 된다.

 

집 밖을 나와 일상 이야기가 펼쳐진다지금은 없어진 1300번 버스일본식 수제 도시락 전문점헌 책방 골목 등 내 주변의 동네 이야기를 듣는 듯 부산은 어느새 가까워져 있었다무심한 듯 정렬되지 않은 선들이 더욱 친근함을 느껴주는 듯하다.

 

p.283

다가온 시간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시 어제의 삶에서 한 발 나아간 시간을 살고내 몫이었던 시간을 무엇으로든 기록하는 것. ‘기록이란 시간을 거역하는 일그것만으로 우리는 비로소 시간이란 삶과 나란히 서서 당당하게 함께 걸을 수 있는 것이다.

 

노동의 이야기가 나온다매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일장소에서 반복되는 삶이라는 이유로 주변의 것을 놓치고 산다먹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것이 너무 중요해버려 다른 것까지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닌지특별한 재미가 있고감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림과 글로 남긴 하루의 기록은 평범함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의미를 만들어주는 듯하다.

 

별것도 아니지만 예쁜 우리의 일상소소한 예술가의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서 나의 평범한 삶에도 예쁨을 주입시켜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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