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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 허난설헌 시선집
나태주 옮김, 혜강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평점 :

허난설헌의 인생이 담긴 시
허난설헌 허초희 선생은 조선시대에 유명한 시인이다. 특히 남성 중심의 시대였던 조선 시대에서 뛰어난 시로 이름을 널리 떨쳤던 여성인이다. 어릴 때부터 뛰어난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성인이 되어서 지낸 시절은 그리 아름답지 못했다. 스물 일곱이라는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허균에 의해 그녀의 시의 인생은 다시 시작된다.
그런 그녀가 살아온 시대를 알고 시를 읽어서 일까. 더욱 그 마음이 애초롭고 슬프게 보일 때가 많다.
[연밥 따기 노래]
가을날 깨끗한 긴 호수는
푸른 옥이 흐르는 듯 흘러
연꽃 수북한 곳에
작은 배를 매두었지요.
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멀리서 남에게 들켜
반나절이 부끄러웠답니다.
책에는 허난설헌의 시가 예쁜 꽃이 편 화단처럼 화사하게 피어있다. 유달리 연꽃이 많이 등장한다. 얼마나 그 연꽃을 보고 많은 고민과 생각을 했을까? 넓게 펴진 연꽃을 보고 있게 되는 허난설헌의 모습과 시를 보고 연꽃을 떠올리는 내 모습도 함께 떠오른다.
많은 꽃들과 연못, 햇살이 어우러지는 곳에 자연이 내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봄날의 느낌 중]
섬돌 가에 푸른 풀이 엉켜 자라고
처량해라 거문고여, 보얀 먼지 쓰고 있어요.
그 누가 목란배 타고 오는 이를 기다리랴
광릉나루에는 마름꽃만 새하얗게 피어 있어요.
한시의 원문을 편역해 놓은 시가 너무도 아름답다. 눈을 감으면 마치 그 영상이 펼쳐지듯 생생하게 그려놓은 시. 그렇지만 무언가 구슬픔이 녹여 있는 시는 그래서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다.
물결처럼 일렁이는 마음에 이 시들이 하나의 잎이 되어 떨어지는 듯 하다. 그래서 좋은 시 들 중 바로 연밥 따기 노래가 미스터 션샤인에서 인용이 되었을까? 마음의 잔잔한 동요를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