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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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어리숙한 사설탐정은 가면을 쓴 사람을 따라다닌다. 폼포코 가면을 쓴 사람은 사람들이 곤경을 처할 때마다 슈퍼맨처럼 나타나 도와주는데 왜 그를 따라 다니려고 하는 걸까? 팬심이 아닌 무엇 때문에 그를 쫓아다니려고 하는 걸까? 많은 궁금증을 유발하는 추리소설 같지만 유쾌한 책,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이다.

 

폼포코 가면은 자신을 이어서 활동할 사람을 물색한다. 그의 이름은 고와다. 고와다는 모 화학기업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청년이다. 그런 그는 평일과 주말은 완전 반대의 삶을 산다. 평일에는 일에 치여 살았기 때문에 주말에는 쉬어야했고 그런 주말에 휴식은 선택이 필요 없는 필수였다. 그런 그에게 후계자라고 말하는데 고민할 것이 없었다. 그는 정의보다는 휴식이었다.

 

p.82

고와다는 전혀 모르는 여자다. 상당히 특이한 사람인 듯하다. 느닷없이 폼포코 가면과 격투를 벌이고, 그 이유를 기업 비밀이라고 하는 등 수상한 점은 많았다. 세계는 수수께끼로 가득하다고 소장은 말했다. 남자에게 여자는 수수께끼이며, 여자에게는 남자는 수수께끼이다. 그러나 우리는 평생에 걸쳐 그 수수께끼와 씨름하는 것이 아닐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는 행위야말로 참된 커뮤니케이션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런 그의 주변에는 특색 있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모두가 참 순수한 사람들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행동 하나하나도 순박하게 행동한다. 주인공 고와다와 함께 우라모토 탐정과 그곳에서 일하는 다마가와, 고와다의 직장 선배인 온다와 그의 여자 친구 모모키, 알 수 없는 조직의 수장 5대까지 재미난 일을 만들어간다. 또한 위의 문장과 같이 생각하게끔 만드는 문장은 그것이 전달해주는 깊은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한다.

 

p.292

고와다가 찢어지게 하품하자 폼포코 가면은 꿰매던 망토를 바닥에 내던지고 격분했다.

어떻게 그렇게 늘어지게 하품을 하나! 자네는 방금 한나절을 잤다고 말했지 않은가. 몸의 어디에서 그런 큰 하품이 나오지?” (중략)

조금은 긴장감을 가져. 이 게으른 인간아.”

우리는 인간이기에 앞서 게으름뱅이입니다.”

 

마냥 쉬고 싶을 때가 있고 아무것도 안하고 싶을 때가 있다. 고와다 역시 일을 안하는 주말에는 온전한 휴식을 취하고 싶은데 자꾸 폼포코 가면은 그를 후계자로 만들고자 계속 그를 따라다닌다. 게으름과 같이 인간의 본성에 충실하고자 하는 고와다와 자신을 속이는 것일까? 정의에 충실히 하는 폼포코 가면의 아웅다웅 다툼과 그에 대한 의미는 책의 재미를 한껏 올려준다. 게으름뱅이도 과연 거룩할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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