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말은 차마 못했어도 슬로북 Slow Book 3
함정임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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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나 잠들 때까지그곳이 어디든별일이 없기를

 

소설 한 권에는 인생의 시작과 끝이 담겨있다사건에 몰입하고 인물에 이입이 되어 웃고 울고를 하다보면 마치 영화를 본 것과 같은 느낌으로 계속된 울림은 가슴을 감동시킨다소설은 허구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사실과 같은 느낌을 강하게 준다어쩌면 있지 않은 이야기가 아니라 어디선가 있는 이야기기 때문에 공감하고 빠져드는 것은 아닐까괜찮다는 말은 차마 못했어도에서 나의 웅크린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여러 소설과 메시지를 만날 수 있다.

 

p.39

작품을 감상하듯 집의 위치들고나는 출입문의 구조와 인상지붕과 창의 형태와 크기빛과 그늘의 흐름 등을 음미하는데이들 중 내가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부엌이다.

 

마치 여행을 하는 느낌을 준다해외에 있는 소소한 도시를 배경으로 유명한 해외 작가들의 문구는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준다. ‘언어에 대한 감각과 사랑은 식재료로 전이되고요리는 작품을 완성할 때의 희열을 던져준다’ 는 구절이 있다작가들이 서재와 부엌창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세심하고 감성적인 그들의 마음으로 책을 써내려가는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p.108

내가 문학을 어렴풋이 자각하기 시작한 것은 외국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였다나는 가까운 곳발 딛고 서 있는 현실이 아닌 먼 곳외국의 낯선 풍경과 낯선 사람들의 마음을 해독하는 데 병적일 정도로 열성이었다.

 

저자는 그 중에서도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다불문학과를 전공하면서 본인은 작가가 되리라고 생각을 못했던 그녀우연찮게 온 기회어쩌면 정해진 운명에서 그녀는 본인과 세상에 솔직해져야만 하는 작가가 되었다가까운 곳 보다 밖에서 많은 것을 자각했고 세계 여러 박물관은 두루 돌아보았다유명한 소설과 여행 스토리를 담은 에세이는 두 가지를 한꺼번에 접할 수 있는 향기가 되어 매력적인 에세이로 만들어주었다.

 

p.117

그 때 나를 사로잡았던 세계가 언어가 아니라 문학이었음을 자각하게 해준 것은 불어로 쓰인 작품들이었다보들레르랭보발레리카뮈의 희곡들스탕달플로베르사르트르의 소설들바슐라르의 비평들을 만나면서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가 보석보다 아름답다는 것을칼보다 강하며 죽음보다 영원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쁘게 포장이 된 선물을 보면 어떻게 저렇게 잘 포장되어 있나 생각이 들 때가 있다말에도 은유법비유법 등 많은 기법들이 있지만 딱 하나의 문장임에도 가슴을 울리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매력에 문학은 누구나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치명적 매력을 갖고 있는 듯 하다저자는 언어의 사랑을 느낀 첫 자리는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이라고 했다순간순간 사라지는 시간()과 새록새록 살아나는 죽음(권태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가도록 끊임없이 나를 자극하며 긴장시키는 불멸의 무기를 표현한 부분에서 그저 흘러갈 수 있는 시간임에도 그 의미를 면밀히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는 문장의 마력은 아름다운 문장으로 가득찬 소설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요소일지 모른다.

 

에세이 책이지만 다양한 책과 도시를 소개해준다소개한 책을 들고 훌쩍 프로방스와 같이 유럽 어딘가 떠나고 싶게 만든다지금 순간순간 사라지는 시간은 새록새록 자라는 또 다른 시간으로 대체되어 간다그 안에서 이 책을 읽는 만큼은 많은 소설자의 마음에서 값진 시간을 만들어주는 좋은 매개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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