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시차
룬아 지음 / MY(흐름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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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르고 닮았다

 

하루하루 반복된 일상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하루라도 일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여러 번 머리를 때리고 주변에 있는 일들은 그런 나를 복잡하게 만든다하루가 지나고 어느새 1년이 지난다나이는 하나 둘 늘어가고 이뤄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매년 반성과 후회가 반복된다세상과 나는 좀처럼 가까워지지도좁혀지지도 않는 것 같다.

 

우리는 다르고 닮았다개개인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방식은 다르다하지만 지금보다 나은 삶을 바라는 것은 닮았다속박된 삶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고 싶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싶다사적인 시차는 그런 다르고 닮은 룬아의 이야기가 담겨있다무덤덤하면서도 따뜻함이 배어있는 글은 함께 고민하고 나와 사회의 간극을 좁혀줄 것이다.

 

그녀는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더콤마에이’ 잡지를 만들었다인터뷰는 불특정 다수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타인을 평가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하지만 그녀는 타인의 이야기에서 를 발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더콤마에이에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가 내성적이고 수동적일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하고 마는 능동적인 사람이다교수가 되고자 학업에 매진하고 타투이스트를 위한 잡지를 만들고자 하는 모습들은 그녀의 성격이 어떨지 반영한다감성적이고 뛰어난 관찰력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소소한 일상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것에서 얻은 생각을 적은 글들이 마음을 충분히 사로잡는다.

 

p.112

나이 든 사람들이 부럽다.

빈 그릇처럼 주어진 삶을 백발이 되도록 그득 채울 수 있다는 건 멋진 일이다.

작은 글씨는 잘 안 보이지만 세상만사를 멀리서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는 것도,

나이 듦은 재빠르면서도 까마득하다.

지나간 생은 너무나 유한하고 남은 생은 너무나 무한하다.

 

책은 에세이와 시사진이 잘 섞여있다담담하게 써내려간 에세이는 깊은 생각을 빠지게 하고 공감할 수밖에 없다그런 그녀의 관찰력이 참 부럽다누구나 경험하고 느끼는 부분이지만 그냥 넘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그녀의 삶에 색채를 더했다뚜렷한 자신만의 색깔로 삶에 색칠해나갔고 당당한 그녀의 글이 부럽고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p.286

언어란 언제나 그것을 쓰는 사람만의 몫이라서그 인생을 직접 살아보지 않고서야 그 말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끊임 없는 추측과 오해와 해명 안에 뒤섞여 산다.

 

언어가 가지는 순수하지만 신비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나이가 듦으로써 생각은 굳어지고 내 의견을 말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때론 침묵이 더 좋을 때가 있다는 걸 나이 들어 생각한다관심어린 시선에 건넨 말이지만 오지랖이 되어 상처가 될 수 있다어떤 말을 함부로 말하는 것도함부로 해석해서도 안 된다는 인생의 교훈을 얻는다.

 

내가 깊이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도 담겨있다아이를 가질 때의 여자들의 마음과 양육할 때의 감정여자로서 살아갈 때 가지는 불안감과 불평등한 요소이 드러나 있는데 이 또한 사적인 시차를 좁혀주는 것 같다.

 

어렵지 않지만 그렇다고 쉽게 쓰인 글이 아니라서 좋았다다분히 가볍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 에세이 장르일 수 있는데 그 어느 때보다 공감이 많이 되는 책이라 그럴까내가 생각하고 있던 에세이의 가벼움을 좀 더 무겁게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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