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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 - 빈에서 만난 황금빛 키스의 화가 ㅣ 클래식 클라우드 3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평점 :

과거와 현대를 동시에 간직한 모순의 화가 클림트의 세계를 걷다.
그림을 통해 역사를 배우고 추억을 떠올린다. 담긴 철학을 곰곰이 생각해보기도 하고 때로는 그림을 그린 작가의 인생에서 삶의 교훈을 얻기도 한다. 오스트리아 빈은 클림트의 도시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클림트가 남긴 업적과 영향을 지대하다. 여러 명장을 만날 수 있는 클래식 클라우드 중 《클래식 클라우드:클림트》을 통해 그의 도시로 여행을 떠나보려고 한다.
p.14
클림트는 ‘황금의 화가’라고 부른다. (중략) 그러나 클림트를 단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황금보다는 ‘빈의 화가’가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부유하지만 묘하게 시대착오적이고 허세에 빠져 있던 도시 빈의 모순을 클림트의 그림들은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림트는 황금의 화가이자 빈의 화가이다. 클림트의 모든 그림은 빈이 담겨 있고 빈 역시 그의 색채로 물들어져 있다. 저자는 클래식 클라우드의 ‘거장이 살았던 공간을 직접 찾아가 작품이 탄생했던 세계를 탐험하고, 그 세계와 작가를 새롭게 조망한다’는 의도를 확인하고 ‘빈’과 ‘클림트’를 떠올렸다. 마치 두 개의 퍼즐이었고 딱 맞춰야 할 퍼즐이었다.
클림트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대에서 살았다. 여러 민족이 제국을 이루다보니 국민에 대한 검열과 감시의 끈이 매우 높았던 시기였다. 또한 옆 나라 독일 뮌헨에서는 화가들이 아카데미풍만으로 추종하는 기존 스타일에서 벗어나 스스로 분리한다는 뮌헨 분리파를 결성했다. 이는 클림트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기존에 있던 예술가 조합은 이를 비난했고 클림트는 여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조직, 오스트리아 예술가 분리파 동맹에 참여했고 그의 삶을 끝까지 함께 했다.
클림트는 처음부터 인정 받는 화가는 아니었다. 천장화를 두고 빈 대학 총장이었던 신학자 빌헬름 노이만은 “요즘은 철학도 과학과 마찬가지로 확고하고 분명한 이론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그런데 클림트의 그림처럼 모호하고 환상적인 이미지가 철학을 대변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고 말하였고 “의학이나 철학 같은 숭고한 학문을 이해할만한 지적 능력이 모자란다는 증거”라고 혹평을 받기도 했다. 정식 교육을 늦게 마친 것으로도 문제를 삼았는데 성장하는데 겪어야 할 시련이었을 것이다.
p.101
천장화 3부작을 반대한 이들 모두가 이 작품들이 가진 에로틱한 면, 또는 모호함 때문에 천장화를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들은 그림들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인식했을지도 모른다. 장르를 막론하고 학문이란 인간의 운명에 저항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 세상에는 법과 정의보다는 불의와 부조리가 만연하며, 아무리 과학과 의학이 발전한다해도 인간은 병과 죽음을 이길 수는 없다는 것.
천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시대는 지금과도 비슷했던 걸까. 천장화 3부작 외에도 <의학>, <법학>등의 그림을 통해서 철학적 메시지를 담아냈고 이로 인해 예술과 도덕의 경계를 무너뜨렸다는 평가도 받게 된다. 클림트는 인간의 한계에 대한 명백한 메시지를 던졌고 학문이 가지는 한계와 성과가 크지 않았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클림트는 ‘황금의 작가’라고 칭한다. 클림트는 여러 나라의 문화의 영향을 받았고 특히 이탈리아 여행길에서 금의 가치를 발견했다. 이탈리아는 거장들의 작품이 많았지만 도리어 그는 1,500년 전 비잔티움 제국의 모자이크를 통해 새로운 영감을 받았다. 그는 ‘바잔티움’과 ‘일본’의 영향을 받았고 이는 그림 속에서 엿볼 수 있다.
p.287
자신이 일찍이 이루어놓은 성과에 전혀 미련을 두지 않고 용감하게 새로운 예술의 길을 찾아간 사람. 비록 그가 선택한 길은 매우 고답적이고 이국적인, 그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길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를 통해서 동서양의 중간에 있는 고립된 도시 빈은 자신만의 독특한 모더니즘을 찾아낼 수 있었다.
책은 빈을 이리저리 여행 다니면서 그림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그가 사랑했던 호수를 가지고 하고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그림>을 보기 위해 벨베데레궁을 가기도 했다. 여성편력적인 성향을 가진 그가 사랑한 이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그가 사는 세계사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책으로 떠난 즐거운 클림트 여행은 끝났다. 이제 실제 오스트리아 빈으로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