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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 - 크기의 생물학
모토카와 타츠오 지음, 이상대 옮김 / 김영사 / 2018년 4월
평점 :
동물의 크기는 최고의 생존 전략이다.
환경에 적응하고 우열하기 위해 동물은 진화했다고 다윈은 주장했다. 동물들은 저마다의 형태과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코끼리는 크고 쥐는 작은 것에 크게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동물의 크기에는 생존 전략이 담겨 있다. 동물의 크기에 따라 시간은 상대적이라고 한다. 무려 출판된 지 25년, 9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에는 크기에 따른 재미난 동물들 이야기가 담겨있다.
p.31
남자는 키 크고 돈 잘 벌고 학벌도 좋아야 한다는 뭇 여성들의 현실성 없는 소망은 동물학적으로 타당한 셈이다. 키가 큰 남성과 키 큰 것을 좋아하는 여성이 짝짓기를 하면 키를 크게 하는 유전자가 인간 집단에게 급속하게 퍼져서 사람의 신장이 점점 커지게 될 것이다. 이것은 코프의 법칙을 현대 인류 사회에 적용해 본 것이다.
외형적으로 더 멋진 사람, 예쁜 사람을 원하는 사람을 두고 눈이 높다고 말한다. 어떤 과학적 근거를 알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사실은 그게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었다니 놀랍기만 하다. 크기가 작은 것에서 커지는 것, 몸집이 큰 종이 진화 과정에서 늦게 출현하는 경향을 두고 코프의 법칙이라고 말한다. 코프의 법칙과 진화론에 따르자면 크게 진화 하는 과정이 좋을 것만 같지만 반론도 있다.
p.33~34
큰 동물은 개체수가 적고, 한 세대 길이도 길기 때문에 극복할 수 없는 환경 변화에 마주치면 그에 적응할 새로운 변이종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멸종해버린다. 반면 작은 동물은 짧은 시간 동안 살면서 끊임없이 잡아먹히고 금방 죽어가지만, 차츰 변이종을 만들어내어 ‘서툰 총도 여러번 쏘면 맞는다’는 식으로 후계자를 남길 수 있는 것이다.
코프의 법칙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고생물학에는 또 다른 법칙, 섬의 규칙이 있다. 섬에 격리되면 몸집이 큰 동물은 작아지고 작은 동물은 커진다는 이론으로 두 법칙에 담긴 동물의 크기는 단순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크기에 따라 에너지 소비량, 먹는 양, 호흡계와 순환계, 시간과 공간, 움직이지 않는 동물들의 내·외부적 구조가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 심층적으로 바라본다. 지구에 사는 모든 동물을 다룰 정도로 동물의 70%인 곤충을 포함하여 극피동물까지 크기와 에너지와의 관계로 알아보는 내용은 무척 흥미롭다.
하늘을 나는 동물, 땅 위를 달리고 동물, 헤엄치는 동물, 정온동물과 변온동물 등 타입별로 나눠보지만 신기하게 만들어낸 크기와 체중, 기초 대사량, 에너지 소비량을 그린 그래프의 모습은 비례 관계, 혹은 반비례 관계로 일정한 그래프 형태에 놀랍기만 하다. ‘왜 동물들은 바퀴와 스크루를 안 쓸까?’라는 다소 엉뚱하게 보였던 질문은 동물의 비밀을 얻을 수 있는 단초가 된다. 에너지가 크게 쓰지 필요하지 않는 바퀴의 경우 도구를 사용에 익숙하고 적절한 크기를 가진 인간이 쓰기 좋은 도구이지만 동물들은 아무리 실용적이어도 제한된 환경과 높이에 의해 쓸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질문의 답을 알아가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p.171
학교에 들어가서 가장 처음 배운 것 중 하나는, 시간은 시계로 재기 때문에 배가 고프다고 제멋대로 점심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가?'와는 관계되는 시간이라는 게 있어서, 인간만이 아니라 곤충과 꽃, 짐승, 무기물까지도 모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략)
그런데 동물학에서는 시간이 결코 유일하고 절대 불변인 것이 아니라고 가르쳐 준다. 동물에는 동물의 크기에 따라 다르게 가는 각자의 시계가 있고, 우리의 시계로 다른 동물의 시간을 단순하게 측정할 수는 없다.
동물은 시간이 체중의 4분의 1제곱에 비례하고 몸길이의 4분의 3제곱에 비례한다고 한다. 1초라는 정형적인 시간에 우리는 살고 있지만 크기에 따라 동물들은 시간은 달리 흐른다니 무척 신기하다. 애초에 나에게 시간은 가변적이고 상대적이다. 지루함과 아쉬움에 동일한 시간이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었지만 나에게 지나간 물리적인 시간은 같았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 있는 나와 동물에게는 다른 시간이 흘러갈 수 있다니 무척 신기하다.
동물의 크기가 다른 여러 가지 이유를 알아보고 함께 도시 사람들이 점점 평균 키가 커지고 몸무게도 늘어나는지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다. 여러분의 1초, 1분은 어떻게 흘러가나요? 과학적으로 풀어낸 동물의 크기와 진화의 성장 관계를 알아보고 시간의 의미까지 짚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