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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파, 새로운 주권자의 이상한 출현
박구용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12 대선 시절, 문재인에게 던진 표는 어떻게든 박근혜를 막아야겠다는 反 박근혜의 표였다. 물론 그때도 대체 문재인이라는 사람이 누구길래 이렇게 갑자기 튀어나왔지?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 하면서 정보를 찾아보기는 했다. 내가 처음 한 대통령 선거였다. 그 때의 내 표는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주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문재인을 얻었다. 어차피 유신의 망령은 언제고 한번은 박근혜를 대통령 자리에 만들었을 것이다. 박근혜는 탄핵이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믿었고 판결이 내려지면 그 승기를 계엄령으로 다져서 완전한 독재 국가를 만들려고 꾀했다. 최순실은 북한과 전쟁을 일으켜서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다음 자신의 부와 권력만을 챙길 계획이었다. 그 모든 것을 저지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 국민의 승리였고, 그 승리의 깃발을 넘겨줄 수 있었던 사람이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12 대선부터 서서히 문재인을 알아가던 나는 문재인이 당대표 자리를 잡고 민주당을 제대로 개혁하는 순간부터는 '대깨문', 이 책에서는 말하는 '문파'가 되었다. 경남 지역의 지역 정치를 비판하면서 전라도 지역에서는 특혜를 누리고 있던 민주당의 지역 정치인들이 안철수와 함께 우르르 민주당을 나가면서 문재인은 원하던 대로 지역이 아닌 능력을 기준으로 꾸려나가는 민주당을 만들었다. 모두가 위기라고 했지만 문재인은 버텼고 민주당을 더 나아지게 만들었다. 아마 그걸 지켜보면서 나같은 수많은 샤이 문파들이 '대깨문'으로 각성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또 개인적으로는 5.18 행사가 있었던 당일에 강남 시위 현장을 문재인이 찾아주었을 때, 페미니스트로서도 인권 감수성을 갖춘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더 굳건해졌다.
잘난 척 하고 싶어하는 지식인들, 문재인을 싫어하는 수구 적폐들은 문파를 일컬어 정치인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개 팬덤이라고 축소해서 우스꽝스럽게 '문빠'라고 말하지만,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문파'는 정치적인 견해 없이 문재인 개인만 좋아라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의회 정치의 한계를 뛰어넘어 직접 정치의 새로운 장을 여는, 대한민국 역사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어느 정치사에도 없었던 새로운 시민 집단이고 정치 집단이다. 문파들이 문재인을 지지하며 "이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고 하는 것은, 문재인이 주체적인 국민들의 정치 표현에 즉각적으로 응답하고 귀를 기울여주며, 정의로운 길을 똑바로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니 하고 싶은 것'이 국민들의 열망이고 민주주의의 새로운 꽃이며 문재인이 틀리지 않음을 믿기 때문에 지지하는 것이다.
내가 문재인의 적극적인 지지자기 때문에 성찰하고, 살펴보고, 느꼈던 것들을 정치 철학적으로, 너무나 통찰력있고 납득이 가는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라 읽으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특히 문재인을 싫어하는 이유와 문파들이 문재인을 지지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분석해놓은 것을 보고, 책을 처음 읽으면서 "휴, 이 책도 문재인 지지자를 폄하하는 부류면 어쩌지?"라고 했던 걱정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인문학적인 기본 소양이 필요한 책이라 독서를 많이 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 혹은 왜 문재인 신드롬이 생겼는지 정치에 대해서 공부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