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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또 다른 이름, 중간 인류
임태리 지음, 스갱 그림 / 풀빛 / 2024년 11월
평점 :




표지가 아주 예쁜 청소년 소설을 읽었습니다. 얼굴과 손가락에 빛나는 예쁜 밴드를 붙인 교복입은 소녀, 마리나의 이야기입니다. "중간 인류"라는 리나와 친구들이 만들어낸 단어이자 깨톡 단톡방 이름입니다. 마치 학원에서 레벨테스트를 보고 반이 결정되는 것 처럼 그렇게 상위 인류, 중간 인류, 하위 인류로 나뉘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잘난 상위 인류도 아니고, 주목 받는 하위 인류가 아닌, 머릿수를 채우는 정도의 평범하디 평범한 그런 아이들이란 뜻이겠죠.
어느날 리나는 예쁜 카페같은 "반창고 가게"를 발견하는데요, 왜인지 친구들은 아무도 모르고, 설명해주어도 믿지않는 눈치입니다. 주인으로 보이는, 꽤나 신통방통한 꼬마아이 주인과 무미건조한 표정의 시청의 여권발급 업무로 지친 한 아가씨(언니)인 또다른 손님을 만나게 됩니다. 세상만사에 지치고 답답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이 언니, 왜인지 낯설지가 않게 느껴집니다. 왜 일까요? 리나는 이 수상한 반창고 가게에서 어떤 일을 겪게 될까요?
"반창고"가 주는 의미가 뭘까요?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면 엉엉 울다가도 반창고를 붙이면 금세 나은 것 같아하는 어린 아이가 떠오릅니다. 상처를 보호해주는 반창고는 나아가서 나를 어루만져주고 위로해주는 존재가 아닐까요? 그래서인지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반창고 가게와 꼬마 사장는 우리의 상처를 모두 아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리나를 보니 중학교 다닐 때 저의 모습도 떠오릅니다. 저도 끄적이고 그림그리는 걸 좋아하는 소녀였어요. 리나처럼 단짝친구와 교환일기도 쓰고(지금은 교환일기의 일을 단톡방이 대신하고 있죠) 연예인도 좋아하고, 멋진 로맨스도 꿈꾸는 따악~ 중간 어디쯤의 "중간 인류"였어요. 이 소설의 끝은 그렇게 화려하지 않아요. 조금은 더 희망을 갖고 한걸음 나아가는 그런 여중생의 이야기라고 할까요? 시청공무원 언니같은 그런 삶도 나쁘진 않아요. 다만 청소년들이 "강물을 거슬러 오를 수 있는 물고기"가 바로 나인 것을 알았으면 하는 작가의 말이 딱인, 그런 일상을 보내길 바라요. 가슴이 뛰는 행복과 하루하루는 우리가 만들 수 있음을 마흔이 넘은 아이엄마도 다시금 되세기게 되네요. 따뜻하고 예쁜 소설, 독서하는 동안 즐거운 시간이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