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트웨인의 유쾌하게 사는 법
마크 트웨인 지음, 린 살라모 외 엮음, 유슬기 옮김 / 막내집게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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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유쾌한 아저씨의 세상사는 법

시대의 인정을 받지 못한 비운의 천재나 거리낄 것 없이 방탕한 사생활로 유명한 예술가들을 보면 선택받은 재능이 곧 행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싶었다. 또 한편으로는 범인(凡人)들을 기죽게 만드는 찬란한 인생을 사는 대가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래서 <마크 트웨인의 유쾌하게 사는 법>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약간 심술이 났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한 작가’라는 최고의 명예를 가졌으면서 삶마저 유쾌했다니, 신은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

하지만 막상 책속에서 만난 그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지닌 작가가 아닌 백발성성한 귀여운 아저씨. 이 책은 기본적으로 그가 남긴 자잘한 글들(일기나 사과편지, 심지어 자신의 집에 들었던 도둑에게 쓴 충고까지)을 꽉꽉 눌러 엮었다. 예의범절이나 건강에서부터 패션까지 다채로운 주제에 대한 그의 생각이 가감 없이 펼쳐진다. 당연히 자서전이나 평전에서 볼 수 있는 ‘미화’는 없다. 예쁜 점원에게 홀랑 속아 다 뜯어진 장갑을 사거나, 유럽 여행 중에 먹고 싶은 고향의 음식(무려 한 페이지 가득)메뉴를 편지에 적어 집에 보내는 등의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대문호의 카라스마는 어디 가고 귀여운 아저씨만 남는다. 물론 미국의 국민작가답게 소소한 일상 이야기 사이사이에도 그의 기지는 한껏 드러난다. ‘점잖은 독자는 자기가 얼마나 지독한 바보일 수 있는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외국에 나가기 전까지는.’, ‘남의 버릇만큼 고칠 필요가 있는 게 또 있을까’ 같은 구절들은 그와 우리 사이에 100년이라는 세월 차를 무색케 할 만큼 날카롭다. 호기심 많고 엉뚱한 마크 트웨인이 상황에 대처하는 기상천외한 방식, 어떤 일이 닥쳐도 잃지 않는 긍정적인 자세를 보다 보면 버겁다고 생각했던 삶의 무게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세상 짐을 모두 짊어진 듯 축 처진 어깨를 하고 있는 이에게 그가 말을 건넨다. “유쾌하게 살자고요. 그래야 삶이 적막하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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