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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의 동행
미치 앨봄 지음, 이수경 옮김 / 살림 / 2010년 3월
평점 :
오래전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사놓고 몇번을 읽길 시도했지만 끝내 완독을 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는 그의 작품을 단 한권도 만나보지 못했기에 이번 책 <8년의 동행>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도하고 한편으론 전혀 없기도 했다. 첫장을 펼친 순간부터 술술 넘어가는 그의 글솜씨에 놀라며 점점 빠르게.. 몰입하며.. 미소지으며.. 때론 뭉클함에 당황하며 읽어내려 갔다.
죽음을 앞둔 랍비가 미치에게 자신의 추도사를 써달라 부탁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책엔 많은 종교가 등장하고 그들이 믿는 신이 등장하며 믿음과 배신과 외면.. 그리고 죽음과 삶에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꼬맹이였을적 엄마손붙잡고 처음간 교회. 유치부에 들어가고 맛있는 간식과 친구들이있어 재밌게만 여겨졌던 그 곳. 교회 앞마당에서 뛰어놀고, 나무에 열린 열매도 따고 그렇게 신나게 놀다보니 어느덧 주님은 내 안에 들어와 계셨다.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고 사춘기가 시작되고 친한친구들과 떨어져 지내게 되니 자연히 교회와도 멀어지게 되었다. 당연한 결과 이지만 기도하는 횟수도 현격이 줄어들고.. 어느덧 성인이된 나는 누가 종교를 물으면 무교라고 아무렇지않게 대답해 버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힘든일을 겪게되며 너무나도 이기적이게 다시 주님을 찾게되고 그분께 의지하고있는 나를 발견했다. 주님의 말씀을 듣을 수 있는 곳은 피하면서 혼자서 밤마다 두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나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미치 앨봄 또한 어렸을적 부모님께 등떠밀려 다녔던 회당을 성인이되면서 몸과 마음으로부터 멀리하게 된다. 그러다 렙을 만나게되고 그의 추도사를 맡게되면서 다시 하늘에계신 분의 존재와 그 분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미치에게는 어쩌면 렙이 곧 하나님이자 훌륭한 스승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책을 읽는내내 작가의 곁엔 어쩜이리 훌륭한 스승들이 많이 계신걸까.. 하며 부러움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내 주변에도 찬찬히 둘러보니 내게 스승과도 같은 존재들이 참 많다는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우선, 내 부모님이 제일 훌륭한 스승이고 친구들또한 내게 스승이며.. 앞으로 만나게될 누군가 또한 내겐 훌륭한 스승이 될 것이다.
<8년의 동행>을 읽으며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렸을적엔 소설책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소녀들처럼 가혹한 병에걸려 파리해지다 조용히 눈을감는 죽음을 상상하기도 했다. 조금 더 커서는 괴롭고 내가 감당하기 벅찬일이 생길때마다 '콱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기도 하고.. 요즘엔.. 그저 건겅하게 최선을 다하는 즐거운 삶을 오래도록 살고싶다는 바람이 있다.
[사람들이 죽음을 앞에 두고 제일 두려워하는 게 뭘까요? 내가 물었다.
"두려워하는 거?"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음, 이런 거겠지. 죽음 다음엔 뭐가 있을까? 나는 어디로 가게 될까? 그곳은 내가 상상하던 그런 곳일까?"
맞아요. 그럴 거예요.
"그래. 하지만 또 다른 게 있지."
뭐요?
렙은 의자 뒤로 몸을 기댔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사람들에게 잊히는 것." p.174]
내가 죽은뒤 날 기억해 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해 본다. 가족들과 친구들 몇을 빼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였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겠지.. 난 아직까진 그런 인생을 살아왔다. 인간의 평균수명대로 산다고 생각해 보면 내겐 아직 남은 삶이 훨씬 길다. 나에대해 좋은, 아름다운 기억을 오래도록 남겨주기 위해서라도 나부터가 우선 진정으로 진실되고 행복한 삶을 살아야겠다 다짐해 본다.
[두 번째 죽음. 죽은 후에 세상 사람 어느 누구도 자신을 기억해 주지 않는 것. 사람들이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고, 유명해지려고 노력하는 것도 결국 두 번째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유명 인사들이 얼마나 중요한 대우를 받는지 생각해 보라. 사람들은 유명해지기 위해서 가수가 되어 노래를 부른다. 세상 사람들에게 자기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해 때로는 가장 부끄러운 비밀을 고백한다. 또 살을 빼고, 징그러운 벌레를 먹는 묘기를 하는가 하면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른다. 젊은이들은 인터넷 온라인 공간에 자기 속마음을 적은 글을 올리거나, 자기 침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사생활을 드러내기도 한다. 마치 다들 "날 봐 줘요! 나를 기억해 달란 말이예요!" 하고 외치는 듯하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인기나 평판은 그리오래가지 않는다. 그들의 이름은 금세 세인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고 시간이 지나면 아예 지워진다. p.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