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키스 뱅 뱅!
조진국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먹먹하면서도 한없이 포근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책이 또 있을까.... 조금 유치하다 느끼며 시작된 소설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공감속으로 점점 더 깊숙히 날 빨아들였다. 네 남녀의 이야기가 시리도록 가슴아프게 펼쳐진다. 초반부터.... 그리고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작가에 대해 궁금해졌다. 한문장 한문장 너무도 공감가는 글귀들과 숨가쁘게 이어지는 네남녀의 사랑이 더욱 글쓴이에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왠지 작가의 삶 중 상당부분이 소설속에 뭍어나 있는 것만같은 느낌에서 였나보다. 

 
모든것을 다 가진듯 하지만 텅비어버린 삶을 살고있는 서정. 쓰레기같은 인생.. 개같은 인생.. 이라하며 스스로의 삶을 고달프게 만들고 있는 현창. 자신의 사랑을 지키지 못한.. 지키기 위한.. 되찾기 위한 삶을 살고있는 기안. 거짓된 웃음뒤에 벼랑끝으로 자신의 삶을 몰고가는 희경 까지. 이들의 사랑이.. 삶이.. 나와는 동떨어진 듯 하면서도 내 지나간 사랑들의 모습과 닮은 듯하여 아릿해져오는 마음을 어쩔 수가 없었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꿈을 꿈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나머지 사람들에게 꿈은 간절히 소망하면 할수록 우주가 도와주기는커녕 발을 붙들고 있는 슬픔의 진창만 더 깊어질 뿐이다. 여전히 지금도 내 손에 잡히는건 쉽지 않은 것들뿐이다. 무섭게 타들어가는 연기와 신나는 척 연기하는 인생이 있을 뿐이다.   p.145]
우리는 누구나 꿈을 간진한채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앞날을 위한 꿈, 사랑하는 사람과의 꿈 등등등.... 나 또한 이루어지지 않을 꿈일지언정, 상상하고 언젠가는 이루질 수도 있다는 희망을 안고 살아간다. 꿈이 있기에.. 그 꿈을 이루려는 노력과 희망이 있기에 고단한 삶이 조금은 숨쉴만한 것이 아닐까....

 
스무살 초반이 막 지날무렵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다. 자꾸만 그사람을 향한 마음이 커져 갈수록 불안과 함께 '어쩌면....' 하는 희망이 생겨났다. 그러나 그사람이 보고있던 사람은 내가아닌 내 친구였다. 차마 옆에서 그들의 사랑을 볼 수가 없어 한동안 친구마저 외면해 버렸다.
[사랑은 왜 이렇게 일방적일까. 물길처럼 오로지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대로만 흐를까. 한번쯤 그녀가 아니어도 괜찮잖아. 한번쯤 당신 뒤에 있는 나를 돌아보며 길을 바꾸어도 되잖아. 내가 당신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당신이 아직 모른다면.... 내가 알게 해줄께. p.223]

 
책을 다 읽은 나는 잠자리에 들기전 욕실로가서 세수를 했다. 비누칠을 하기위해 눈을 꼭 감는 순간 진한 슬픔이 밀려들었다. 눈물이 날것만 같은 슬픔 이었다. 어젯밤은 오래도록 책의 여운이 남아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책속의 그들은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들처럼 자신의 모든걸 내던지듯 사랑만을 쫓는 어리석은 모습 이기도 하고.... 이젠 사랑마저 무의미한, 너무나 지치고 늙어버린 고단한 삶을 내려놓고싶어 하는 모습이기도 했다.

 
사람의 감정이란.... 특히 사랑이란 내가 어떻게 할 수없는 불가능한 일이 틀림없다. 아무리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내놓을만큼 모든것을 다 줄 수 있다해도 그가 끝내 내손을 잡아주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런 마음들을 너무 잘 알기에 희경의 잘못된 사랑이 더욱 안타까웠다. 소설 속 모든이들이 그랬듯 나 마저도 그녀를 동정하게 되어버렸나보다. '예쁘기만 한 여자가 좋은지.. 착하기만 한 여자가 좋은지..' 묻던 희경의 간절한 바람이 기안에게 닿기를 얼마나 바랐던지.... 왜 모든이의 사랑을 받는 몫은 서정에게만 주어진 것일까. 부족함 없어보이는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건 진실함 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키스키스 뱅뱅>을 읽고난 뒤 처절한 사랑도.. 뻔뻔한 사랑도.. 거짓된 사랑도.. 일방적인 사랑도.. 어쨋든 사랑은 모두 아름답고, 그래도 사랑은 하는 것이 행복하다는 생각이든다. 하루하루 사랑으로 충만한 날들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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